책들의 우주/비즈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지하련 2021. 9. 12. 13:38

 

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을 내가 샀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자 김미경이라는 저자가 궁금해졌고 책 내용대로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 책은 ‘능력주의’라든가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이야기했듯이 현대인들 스스로 능력이나 성과라는 틀에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는 것이 옳다고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책이 될테니, 건강한 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대부분의 자기개발서는 여기에 속한다). 또한 저자 스스로도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으며, 그 채찍질의 성과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냈으니,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저자도 요즘 비판적 인문학이 이야기하는 어떤 시스템의 피해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능력주의’라든가 ‘피로사회’라든가 하는 것도 지식인 사회에서부터 먼저 시작된 논의이니, 이것도 배운 자들의 못 배운 자들을 향한 음모는 아닐까. 실은 하루 하루의 삶이 버거운 사람들에겐 저런 단어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극단적 빈곤 속에서는 인문학적 가치 같은 건 아무 의미 없다. 그러니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을 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을 테니.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옮긴다. 책은 읽을 만하다. 실은 대부분 내가 다 아는 이야기인데,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읽었다. 너무 내가 하는 일에만 매몰되어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간이나 여유가 아예 사라졌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쉰일곱의 김미경이다. 20여 명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장이다. 이번만큼은 또다시 당할 수 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진실을 마주한 순간부터 나는 공부에 가속도를 붙였다. 책을 읽고, 전문가를 만나고, 줄을 쳐가면서 신문을 읽었다. 점과 선을 발견하고 나와 잇는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미래에 울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공부 밖에 없다. (45쪽)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품 브랜드 비버리Burberry를 가리켜 어떤 회사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명품 패션 회사죠.” 그런데 비버리는 자신들을 이렇게 지칭한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 (87쪽)

(*비버리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와 관련된 기사와 인터뷰를 몇 년 전에 읽고 메모해 두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다)

 

구글이 꼽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미국 다빈치연구소 소장인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포스트 코로나’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리부트! 우리는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중의 블랙 스완’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는 재시동을 앞둔 ‘일시 정지’ 단계다. 재시동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변했고, 어떤 것이 그대로 남아있는가’라고 계속 질문할 것이다.” (147쪽)

 

“미래학자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기술을 쓰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아주 대략적으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적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보는 게 미래 예측의 시작이에요. 거기에 연구자료 등을 더해서 정교하게 다듬으면 우리가 아는 미래 예측 리포트가 되는 거죠.” - 최윤식 (162쪽)

 

나는 2013년에 <<김미경의 드림 온>>을 쓰면서 꿈은 결핍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결핍보다 절박함으로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우리에겐 생각보다 시간이 없을지 모른다. 지금 즉시 절박함으로 책상에 앉아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가져갈 것과 채워야 할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새로운 질서가 된 네 가지 공식에 나의 모든 것을 ‘인 앤드 아웃in and out’ 하면서 포스트 코로나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투두리스트를 만들어서 즉시 행동하고, 다시 전략을 수정해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코로나 이후 나를 리부트하는 최고의 방법’을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179쪽)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마음의 면역력’이다. 몸에만 질병과 싸우는 힘, 면역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에도 수많은 병과 싸워 이겨내고 나를 구해내면 마음의 면역력이 절실하다. (256쪽)

 

Covid-19 사태가 터지자, 경영컨설팅사에서 앞다투어 전망 리포트를 내었는데, 그 중 하나였다. 프린트해서 읽다 말았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하는 프로젝트마다 문제가 생겨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쏟고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