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최근에 구한 책 세 권

지하련 2021. 9. 28. 18:02

 

 

수전 손택의 책을 감동적으로 읽지 못했다. 이론가라기 보다는 비평가이기 때문일까. 재미있게 읽었으나, 꾸준한 독서를 나에게 요청하지 않았다. 수전 손택과 비교되는 이가 있다면, 가라타니 고진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비평가로 시작해 이론가(사상가)로 옮겨갔다. 고진의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은 대단한 저작이었다. 고진의 책은 몇 권을 더 읽었으나, 비슷한 느낌이라 더 이상 읽지 않았다. 후기 모던의 입장에서 정리정돈하는 듯한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한다고 할까. 

리베카 긱스의 <<고래가 가는 곳>>은 순전히 고래 때문이다. 그냥 죽어 다음 생엔 고래, 그것도 심해의 고독과 싸우는 향유고래로 태어나는 게 작은 소망이다 보니...

레이몽 루셀은, 음, 그냥, 읽어야 하는 작가니까, 구입했다. 그러니까,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랄까. 바닷가 인근의 Locus Solus(외딴 곳)에 작은 술집 겸 카페를 운영하면서 늙어가 죽는 게 요즘 꿈이다. 운이 좋으면 짧은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 카톨릭에서는 '외딴 곳'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가 '지친 몸을 쉬게 하는 장소이고, 소외가 아닌 고독의 공간이며, 하느님 아버지를 찾아 만나시는 기도의 장소'라고 말한다(<<매일미사>> 2021년 9월,  27쪽). 루셀에서의 '외딴 곳'이 이런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다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

 

 

 

 

어제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은 어제 휴가를 냈는데, 실은 그 다음날 휴가를 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오늘 출근했다가 오후에 반차를 다시 내고 집으로 들어왔다. 종일 멍하고 피곤하다. 체온이 올라가진 않았으나, 몸에서 열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확실히 좋지 않았다. 책은 쌓이고 시간은 없고 일은 늘어난다. 계속 부서 구성원들을 뽑고 있지만, 원체 지원하는 인력 자체가 없다. 다들 공무원 준비로 바쁜가 보다. 제프리 삭스 책을 다 읽고 폴 크루그먼의 책 <<미래를 말하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도 몇 번 읽으려다가 포기한 책이다. 번역된 지 십수년이 된 책이라 ... 어떨지 모르겠지만, 리버럴의 향기가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닥친다. 미국 내에서의 빈부격차는 경제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 지형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의견이라 무시할 수 없다.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책이 재미있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 탓이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우리 문명은 딱 우리들의 평균 수명 만큼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