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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자본주의적 알고리즘의 어두운 미래

지하련 2021. 10. 10. 09:24

 

며칠 전부터, 아니 지난 주부터였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당히 의외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일테다. 그러나 그 기사는 국내 IT/스타트업 전문 저널이나 아는 사람들끼리 공유되는 기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바이라인네트워크 -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저격’…5가지 잘못 뭐길래

 

그리고 며칠 전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 상원의회 청문회에 나와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페이스북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지, 인스타그램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페이스북은 해결할 수 없는 조직임을 가감없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자 발칵 뒤집혔다. 실은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최초로 접한 것이 페이스북의 지인들을 통해서이니, 이 또한 아이러니하지만.

 

직썰이라는 온라인매체에 올라온 기사를 공유한 다음, 국내에는 어떻게 기사화되었는지 봤더니, 국내 언론에서는 별 내용이 없다. 한국에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마 그걸 기사화할 역량이 기자들에게는 없거나 무엇이 중요한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늘 신기하게 여겼던 사실은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의 피드백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반대는 없었다. 알고리즘의 문제일 텐데, 이 정도로 고도화되어 있거나 아니면 나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국 잘못된 의견이라도 서로 비슷하면 보이고, '다들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구나'로 생각을 이끌어가면서, 서로서로 그 잘못된 의견이 옳다는 결론으로 향하게 되는 알고리즘인 셈이다.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다른 사람도 같이 생각하면 그것이 옳은 것이 된다. 늘 다수결이 옳다. 실은 그렇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나는 더 나아가 이재명 지사에 대한 반대 의견은 그렇게 소셜미디어를 증폭되었다고 믿고 있다(그 반대일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민주주의적 속성이 왜곡된 것이다. 대부분의 IT 회사들은 사람 탓을 한다. 그 사람이 잘못된 의견을 제시했으므로 그 사람을 차단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노출과 확산은 다른 문제다. 기술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우건은 말한다.

 

옳고 그름은 숫자가 아니다. 특히 정치적 가치 판단은 더욱 그러하다. 비트겐슈타인은, 그래서 '도덕은 없다'고 했다. 즉 가치판단이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는 회의(懷疑, skepticism) 속에서 모든 것들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수학적 모델(알고리즘)로 어떤 의견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같은 이들에게 수학만이 구원이었겠지만, 그것은 가치 판단을 위한 수학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핑계로 가치판단을 조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수학은 오직 수익을 향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어떤 알고리즘의 노예가 된다. 마치 한국의 주류 언론들이 그렇게 끊임없는 기사들로 왜곡하듯이. 나는 아직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들이 기자들에게 당한 고통이 이해되지 않는다. 언론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면, 대부분의 이들은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날까'라고 생각한다. 실은 아니 뗀 굴뚝인데, 언론에서 계속 연기가 난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집 굴뚝을 실제로 보지 못하거나 볼 생각이 아예 없거나,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봐야 된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때 한줄이라도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지금에서라도 반성문 한 줄이라도 올려야 된다고 믿는다. 아니면 그런 일관된 태도로 지금 야당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기사들을 끊임없이 올리든지. 나는 한국의 주류 언론과 그 언론 종사자들이 지금 프랜시스 하우건이 폭로하는 페이스북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여긴다.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쁜 알고리즘, 혹은 나쁜 미디어 환경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비판적 사고와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프랜시스 하우건이 저렇게 강도 높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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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 청문회 모두발언 전문

“페이스북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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