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조우성

지하련 2021. 12. 4. 12:08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조우성(지음), 인플루엔셜, 2019년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딱 맞아떨어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한비자’를 읽겠다는 다짐과 함께 내 리더십은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하며 반성했으니, 어느 정도 맞다고 할 수 있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리더십을 익히기 위해서는 1)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며, 2)무수한 시행 착오와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 3)리더로서의 자세나 태도, 세세한 행동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야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을 갖추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1)항에 머물러 있다. 2)항으로 올라가는 것같기도 한데, 금방 다시 1)항으로 내려온다. 3)항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요즘 자주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건 그냥 개인으로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묻곤 하지만, 내가 원래 그런 성향이다.

 

이 책은 <<한비자韓非子>>의 여러 문구를 저자 자신이 듣고 경험한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실은 <<한비자>>의 격언으로 인해 이 책이 재미 있다기 보다는 기업 분쟁 전문 변호사로서 저자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할까. 그리고 이 사연으로 인해 <<한비자>>에서 인용한 문구가 더 빛을 발한다.

 

저자에 의하면 “<<한비자>>는 군주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동양 최고의 이론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과 함께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고전 필독서로 꼽”힌다고 말한다. (*)

 

CEO로서 겪어야 할 이런 저런 고충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그는 “조 변호사, 이 문장은 내가 항상 수첩에 넣어 다니는 문장일세. 내 마음의 화를 다스려주지”라면서 작은 메모 하나를 보여주었다.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책망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책망하는 마음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한비자>>, <외저설 좌상 外儲設 左上>편에 나오는 문장으로, 박 대표는 직원들이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괴로울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곁에 두고 자주 꺼내본다고 말했습니다.  (5쪽)

 

중소기업 대표도 저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는 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비자는 이런 리더들에게 살아남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리더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통치 도구로 법(法), 술(術), 세(勢)를 꼽았습니다.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술’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인 통치술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세’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 내지 권력으로 결코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법과 술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군주에게는 반드시 권세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는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이루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7쪽)

 

하급의 군주는 자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모두 사용하며,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모두 사용한다. 
- <<한비자>>, 제 48편 <팔경 八經>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이 앞섰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사람들과 관계 형성이라든가 리더십에 대해서, 그리고 조직 관리나 실행에 대해 이토록 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아직도 배워야 하는구나 생각에 막막해졌다. 그렇다고 포기나 도망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고 보니, 젊은 시절에는 도망다녔던 듯싶다. 그 도망들 탓에 나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셈이다.

 

<<한비자>>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듯 싶다. 특히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까. 추천할만하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의 <<군주론Il principe>>이 리더십 필독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다소 의외였다. <<군주론>>은 현실정치realpolitiks에 대한 폭로주의이자 전도된 이상주의 책이라고 지성사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시 말해 당신들이 아는 현실정치는 이 정도로 처참한 것임은 반어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라서, 이 책은 기술된 그대로 읽기보다는 이 책이 놓인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다음 읽어야 한다. 리더십 분야에서는 <<군주론>>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다. 이 책에선 안토니 제이(Antony Jay)의 <<경영과 마키아벨리Management and Machiavelli>>(1967)이 언급되었으나, 출간된 지 너무 오래되었으며 번역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