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구름 위로

지하련 2022. 8. 5. 11:46

 

 

길을 가다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고대인들의 상상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더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변하여 이젠 신비로울 지경이다. 그 도저한 신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조심스럽게 기도를 하는 것.

 

내가 이 동네로 왔을 때만 해도 아파트가 이 정도로 많진 않았는데, 이제 아파트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오래된 낮은 아파트와 빌라들이, 그 낮은 건물들 사이로 더 낮았던 양옥 주택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사이 집값도 올라 서울에 사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 된 요즘, 내일을 위해 살지만 내일은 더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문득 내가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 떠올려보니, 참으로 암울해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던 이십대 중반이거나 삼십대 중반이었다. 어느 정도 포기하여 벌어놓았던 돈을 다 쓰고 신용 대출을 해서 살아가던 시기가 도리어 행복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내일을 위한 행복을 위해 왜 우리는 오늘을 희생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질문 앞에 서있었다. 

 

막상 그 내일은 오지 않고 희생하는 오늘만 이어질텐데 말이다.  그냥 '파아란 영혼'이라는 카페 하나 열어서 낮에는 커피 마시고 밤에는 술 마실까 하는 공상에 빠졌다. 혼자라면 가능하겠다 생각했다.  

 

남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남은 이번 달도 무사히. 그리고 올해도 잘 보냈으면 좋겠다. 여기 오시는 분들도 모두 다 함께. 그렇게 무사히. 편하게. 원하는 것의 일부라도 소소하게 이루며 남은 올해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