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추석 연휴, 코로나 확진

지하련 2022. 9. 12. 15:16

 

지난 주 목요일에 걸렸으니, 이제 나흘이 흘렀다. 심하게 아프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무기력했고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으며, 두통과 인후통은 종종 견디기 어려워 약을 먹어야만 했다. 코로나 탓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니 책이나 실컷 읽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약을 먹으면 졸렸고 졸리지 않을 때는 머리가 아프거나 힘이 없었다.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이 되지 않았다. 남은 격리기간 이틀은 평일 재택 근무다. 아마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려댈 것이다. 좀 쉬고 싶긴 한데 말이다. 

 

세상이 혼란스럽게 돌아간다. 이럴 때 기회가 생기는 법인데, ... 나에겐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저질러야 되는 건가. 

 

 

고향집 뒷산에 가서 아버지 계신 곳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잡초가 무성했다. 봉분을 올리지도 않았고 화장하여 선산에 뿌렸다. 고향집 뒷산 대부분이 집안 땅이었으나, 종친회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팔아버렸다. 그래서 선산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할 지경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갈 무렵, 흩어져 있던 종친들을 모은 분이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참석한 대종묘사 때 들었다. 살짝 허무했다. 젊은 시절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일구었던 재산이나 명망 등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나 손자인 나에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책 읽기가 재미 있어지는데, 그건 그만큼 이해되고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이젠 어떤 것인가 좀더 또렷하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인문학이다. 그냥 읽는다고 알게 되는 게 아니다. 아마 올해는 최근 10년 이내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마흔 권을 넘겼으니... 많이 읽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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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가 코로나에 걸린 후, 자가격리 기간 동안 소감이다. 혹시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 

 

코로나에 걸리면 근처 병원에 가서 코로나 확진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아야 된다. 그러면 병원에서 관내 보건소에 등록하게 되며, 이후 보건소의 안내에 따라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 된다. 자가 격리 중에 병원 진료 목적을 제외한 외출은 금지된다. 외출 여부를 따로 검사하진 않으나, 딱히 외출이 좋은 일도 없다. 그러나 집에만 1주일 넘게 있는 것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주 배달 음식을 시켜먹게 되고 약을 먹기 위해서 세 끼를 챙겨먹게 된다.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이따금 찾아오므로 약을 계속 먹게 된다. 꼬박꼬박 약을 먹는 게 마음이 편하다.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목이 따끔거리고 아픈 탓이다. 또한 낮엔 무조건 낮잠을 자게 되므로 밤잠을 설칠 확률이 높다. 이래저래 생활리듬이 깨진다. 따라서 별로 아프지 않은 것같으니, 이것저것 밀린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말기를. 만사가 귀찮아진다. 커피를 끓여 마시기 조차 싫어질 정도다. 자주 눕게 되고 멍해진다. 첫 며칠은 매일 타이레놀을 먹어야했다. 머리가 아파서. 감기에 걸린 것 같지만, 감기보다는 좀 무겁고 지리한 느낌이다. 감기는 하루이틀 아프고 난 다음 낫는 느낌이 오는데, 이건 낫는다는 느낌이 없거나 덜하다. 좀 한참 갈 것같다고 할까. 뭔가 밑에 깔려서 내 몸의 일부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따라서 자가격리기간 동안 그냥 아무 짓 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푹 쉬어야 한다. 그래서 후유증이 덜 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약과 함께 라면 어느 정도 견딜만한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약과 함께'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 

 

9월의 어느 오후, 데이브 브루백의 "Take Five"나 듣자. (예전엔 재즈 이야기로 밤을 새우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