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토요일 출근

지하련 2022. 12. 10. 15:40

 

지하 1층의 공기는 무겁고 차갑고 쓸쓸하다. 텅빈 주말의 프로젝트룸은 예전과 같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던 이들도 이젠 주말에 출근하지 않는다. 한 두 명씩 주말 출근을 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주말 출근하는 이들만 호구처럼 보이던 과도기를 거쳐 지금은 관리자나 성실한 정규직 직원만 가끔 주말 출근을 한다. 

 

어쩌다 보니, 몇 년째 여의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여의도 쪽 프로젝트만 하게 되었다. 원래 업무가 프로젝트 관리가 아닌데, 누군가 잘못하면 내가 가서 책임을 지게 되었다. 나라고 해서 모든 걸 잘 할 수 없기에, 늘 피곤하고 스트레스로 둘러쌓인 환경에 놓여져 있다. 

 

꿈은 멀리 사라지고, 그 멀어진 거리만큼 내 피부는 건조해지고 푸석푸석해졌다. 살은 빠졌고 흰 머리카락은 늘어났다. 젊음의 기운이 빠진 자리에는 무거운 책임과 난감한 마음만 남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내가 알고 기대했던 2022년이 아니다. 좋은 직원은 회사를 너무 쉽게 그만 두고, 나는 너무 쉽게 사람을 잘못 채용한 탓에, 어려운 고초를 겪고 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는 건 그만큼 문제도 함께 커진다는 걸 뜻한다. 나는 그걸 간과했다. 도전도 좋지만, 그 도전이 가져온 무모함과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뒷수습에 대해선 너무 몰랐다. 결국 2021년과 2022년은 그렇게 보냈다. 막상 돌이켜보니, 이룬 건 없고 실수와 반성으로만 얼룩져 있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도 참 오래 되었다. 아직도 나는, 외딴 바닷가 작은 카페 하나 열어 혼자 지내는 걸 꿈꾼다. 그 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슬픈 모차르트를 들으며 이미 죽은 시인의 시집을 읽는, 늙은 나를 상상하곤 한다. 토요일 퇴근 길에 위스키나 한 병 사서 가야 겠다.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독한 술이 괜찮아진다. 어쩌면 세상 자체가 신비로운 것일지도. 

 

프로젝트룸 근처 스타벅스를 가다가 한 장 찰칵, 구름이 이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