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misc. 23.04.11

지하련 2023. 4. 12. 13:26

 

 

같은 성당을 다니는 원양 컨테이너선 선장이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에는 컨테이너만 있고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몇 달을 배 위에서,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하니, 상당히 건강도 그렇거니와 심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임을 미처 몰랐다. 배에 오르기 전에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후에 오른다고 하니. 저 끝없고 평온한 바다만 보고 나도 저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한때의 바람일 뿐이다. 

 

요즘 역사책과 지리정치학이나 경제학 책에만 손이 가게 된다. 특히 한국 역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서양사 책들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찾으면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중고등학생용이 있을 뿐이다. 아니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 서적이 대부분이다. 좀 깊이 있는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이 드물다. 가령 한국지성사 책은 거의 없고 제대로 방법론으로 분석된 역사책도 보기 드물다. 더구나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국사가 제대로 기술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있으니...

 

최근 읽은 책에서 설명한 선조임금은 임금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 사람은 임진왜란이 터지자, 한양을 버리고 도망갈 때, 이미 요동(만주)로 가 자리 잡을 생각을 했다(그냥 중국의 제후로 살 생각으로). 이 때 급구 말렸던 이가 류성룡이었다. 류성룡이 아니었으면 이순신이 바다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며 여기저기서 의병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의병도 그나마 세금제도를 고쳐서). 그런데 이러한 사태가 조선의 역사 내내 반복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일반 백성들은 그냥 다 왜군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그냥 왜군 반, 조선인 반이라고 하는 편이....(하도 관리와 양반들이 괴롭히니) 

 

조선 초기 노비의 신분은 종부법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노비가 아니면, 어머니가 노비여도 아이는 노비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노비의 수는 줄어든다. 이에 양반들이 종모법으로 하자고 하는 바람에 세종 임금 때 종모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노비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황당할 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그냥 조선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비였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심지어 노비의 비율이 67%에 이르는 지역도 있었다). 노비는 상속이 되었으니, 퇴계 이황이 죽을 때 자녀에게 물려준 노비의 수는 367명이었다. 그런데 세계사를 통틀어 봐도 같은 민족을 노비로 하며, 노비를 상속시키며, 아버지가 노비가 아니어도 계속 노비 신분을 유지하게 한 나라는 오직 조선 뿐이었다(그냥 이런 관점으로만 보자면 말로만 유교를 떠들어대는 인간 말종들의 국가였다). 

 

하도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양반들이 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할 만한 임금이 몇 세기 동안 없었던 바람에 자연스럽게 조선이 망한 것일 뿐이다. 조선이 이 지경이니,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된다는 이상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친일을 했던 이들 대부분은 답 없는 조선을 버리고 일본을 택했으며, 계속 일본이 조선을 지배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 정도로 답 없는 유교 사상과 조선 관리와 양반들의 패악질로 나라가 망가진 상태였고 이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이들의 노력들은 대부분 허사로 끝났다. 고종은 제대로 된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으며, 감투 놀이만 할 뿐이었다. 메이지 천황은 고종과 비슷하게 왕위에 올랐으나, 두 나라의 운명은 극적으로 흘러갔다. 고종이 우리가 아는 만큼 무능하지 않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으나, 이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 무능하지 않았다면 나라가 그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테니(아, 이걸 적고 있으니, 다시 흥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무능을 제대로 배우지도 읽지도 못한 것같다.

 

하지만 우리 나라만 그런 건 아닐 뿐, 세계사를 보면 더 이상한 나라들도 많다. 아직까지. 그렇다고 국뽕에 취하지 말자.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정부 때 얼마나 무너질 지 두고 볼 일이다.   

 

최근 읽었던 피터 자이한의 책에서 설명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참으로 신기한 나라였다. 아니 애초에 나라가 아니었던 지역이 20세기초반 급작스럽게 나라가 된 경우라며, 피터 자이한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에서 서술한다. 그런데 이것이 대체로 미국 보수우파의 시각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을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를 일 없고 그러니 이번에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이 일본이 아니라 중국과 붙는다면? 세계 정치 지형 속에서 한국은 능수능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보편 가치를 지키면서도 매우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믿지만, 과연 이번 정부가 그럴 역량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과거 정부가 일본과 중국, 미국의 사이에서 중간자적 자리를 가지고 대응하자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적으로 한국이 그랬던 적은 많지 않다. 조선은 아예 그런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다. 양반들은 자기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위해 그런 걸 고려하지 않았고, 지금 기득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주 국방이나 전작권 회수 같은 것에 보수권이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에는 무관하거나 도리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조는 자신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이순신을 대놓고 미워했다. 류성룡이 막았지만, 류성룡 또한 임진왜란이 끝나자 양반들에 의해 실각당했다. 위기가 끝나자 위기를 해결한 이를 밀어낸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어찌된 일인지 조선의 폐해만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미국의 패권이 이렇게 위기에 놓였던 적도 2차 세계 대전 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 아무 생각 없는 리더와 정부, 정당을 선택했으니, 그냥 국민들이 노답인 거다. 심지어 박근혜를 리더로 선택했을 때랑 뭐가 다를까 싶다.

 

똑같이 조선 후기 그렇게 많은 민란이 일어났음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부패한 관리를 그냥 그대로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 관리는 임금의 대리자였으며, 그 부패한 관리를 벌하고 죽이기는 것은 임금을 벌하고 죽이기는 것과 같다고 믿었다. 더 나아가 어진 백성들이 그 관리를 풀어주면 그 관리가 임금에게 가서 이야기해 임금이 와서 백성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세계관인가.

 

임금은 무능했고 그 무능한 임금 옆에서 관리들과 양반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데, 백성들은 (무능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임금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니. 조선 후기의 백성들은 결국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애초에 없었다. 그냥 감정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그것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1910년대까지 와야 한다. 일군의 지식인들이 계몽 운동을 시작한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그냥 이런저런 잡담을 적으려고 했는데, 괜히 글이 길어졌다. 이젠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들도 없다 보니, 블로그에나 올릴 뿐이다.  

 

 

날씨가 좋아 요즘 자주 캠핑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몇 해 지나지 않아 아이는 나와 캠핑을 다니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 혼자 다녀야 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 속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더라. 어떻게든 혼자 운전을 해서 캠핑을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 셋팅할 수 있는 텐크와 장비들도 구해야 하고. 

 

해보지 않은 일이라 살짝 설레기도 한다. 캠핑을 가면 뭔가 근사한 걸 할 것같지만, 그냥 텐트 치면 밥 먹어야 하고 먹고 나면 설겆이 하고 그러면 늦은 밤이라 자야 된다. 문화와 지식의 발달은 안정적인 식량의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음을 캠핑을 가면 실감하게 된다고 할까.

 

요즘 일은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사람 뽑기도 쉽지 않다. 건강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진다. 그래도 힘을 낼 수 밖에. 이러다 보니, 술자리도 많아진다. 글을 쓰고 있으니, 자연스레 술 생각이 나는 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