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만, 실감하긴 어렵다. 그저 자주 아프고 피곤한 육체만 떠올릴 뿐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죽음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한다는 정도. 다시 말해 죽음을 담담히 준비하게 된다. 생에 대한 미련을 줄여 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물욕이 사라지진 않아서 곧잘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내 나이 또래 사람을 보게 되면, 아, 저들은 왜 저렇게 늙게 보이는걸까, 하다가 내 얼굴을 거울로 보면 낯설기만 하다.
오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아래 이미지를 발견했다. 이래도 성장(Growth), 저래도 성장이지만, 성장의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내 성장의 모습은 어떤 걸까.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걸까.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니, 청춘과 노년을 떠올렸다. 수십년 사이 세상이 너무 변해 고대부터 내려오던 나이에 대한 관습이나 미덕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여 다른 마음가짐과 태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
아슬아슬하게 틀린 수학 문제가 한참동안 잊혀지지 않듯이 우리들 모두는 안타깝게 헤어진 연인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다시 재회하는 건 끔찍하겠지만, 그 때 그 기분은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제 다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만, 그런 기회마저도 달아나버린, 혹은 금지된 나이에 이르자, 비로소 낡은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봄볕이 곱게 드는 창가. 그 사각의 창 너머 푸른 언덕이 보이고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는 서가. 그런 서가에서 하루나 이틀 아무 짓 안 하고 책 읽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꿈은 사소해지지만, 그 사소한 꿈마저도 저 멀리 달아나는 계절을 보내고 있다. 우리 시대는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