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데이비드 호크니

지하련 2023. 7. 12. 18:34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David Hockney, Acrylic on canvas, 2.1m×3.0m, 1972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10cm*300cm, 1972년도 작품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리움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건 동성 연인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인상주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동성 연인과의 헤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회화와 사진 사이를 오가며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고찰을 이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에서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인상주의자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작품인 셈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사진이 가지는 환영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평면적인 양식으로 이야기하는 이가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인상주의자들은 카메라를 자신들의 회화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보조도구로 활용하였다.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간 것도 옳지만, 동시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인화하여 분석하기도 했다. 

 

인상주의자들의 원근법에 대한 회화적 분석은 20세기 후반 데이비드 호크니로 이어진다. 데이비드 호크니은 아예 서양 회화에 있어서 원근법과 원근법에 대한 보조 도구들과 관계를 파헤친 <<명화의 비밀Secret Knowledge>>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의 결론은 다소 허무하긴 하지만(아무리 도구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위대한 예술가는 그것을 뛰어넘는다라는 결론), 화제를 찾아다니던 기자들은 많은 서양 미술가들이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은 도구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만을 부각시켜 기사화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보조 도구들을 써서 환영적인 작품들을 그렸으니, 평가절하되어야 한다고 믿기도 한다. 이는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이라는 책을 통해 예술에서의 환영주의를 연구하기도 했지만, 양식사에서는 환영주의가 의미있는 연구 주제이지만, 서양 미술사는 여러 흐름들 중 양식사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위 작품 <<예술가의 초상>>을 보면 환영주의적 측면에서 살짝 이상하다. 원근법은 일종의 눈속임trompe-l'œil일 뿐, 우리들의 시각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인상주의자들이 탐구한 영역이 바로 이 부분이며, 모네, 피사로, 드가를 지나 세잔으로 와서 고전적인 면모를 드러내다가 추상의 물결에 휩쓸려 잊혀졌다가 다시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와서 부활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20세기 후반 평면 회화의 부흥은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절반의 공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정도로 예술가들에 의해 더 인정받는 예술가이니까. 

 

솔직히 데이비드 호크니만 두고 여러 차례의 서양 미술 강좌들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서양미술사의 측면에서 호크니는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들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올해 가기 전에 한 번 강의 노트를 만들어서 이 낡디낡은 블로그 '파아란 영혼' 방문자들을 불러 미술에 대한 이야기나 나누고 술이나 마실까. 데이비드 호크니는 1차,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2차로 해서. 

 

실은 이틀 전 7월 10일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생일이었다. 1937년 7월 10일에 태어난 호크니 아저씨는 이제 87세의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그가 최근에 보여주었던 풍경화들은 놀랍고 찬란하기만 하다. 정말 나에게 기적같은 여유가 생긴다면 호크니의 풍경화 전시를 보러갔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호크니의 작품을 살 순 없다. 전 세계의 미술애호가들이 대기표를 들고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