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전략경영

CDP, DMP, CRM, CIP

지하련 2023. 7. 20. 14:46

 




세상이 정신 없이 변하고 있다 보니, 뭐부터 챙기고 공부해야 할 지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아마 2년 전부터 심해진 것같은데, 특히 인공지능 관련 산업이나 주제가 본격화되면서 나도 좀 혼란스러워진 듯. 또한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 특성 상 디지털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하면 최소 6개월 정도는 해당 프로젝트에만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지내다 보니,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보다는 알고 있는 것들을 쏟아내면서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세상 변한 걸 나만 모르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운 좋게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디지털 업계도 큰 업체들 중심으로 질서 재편이 이루어진 상태라 벤처나 중소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게 되었다. 예전엔 벤처라고 하면 뭔가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여 멋진 신세계를 열어가는 듯했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들이 제조업이나 기술 기반이 아니라 서비스 쪽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기업 개열 IT/기술 회사나 빅테크 기업들이 주로 최신 기술에 투자를 하고 선도해 나가는 구조가 되고 이제 작은 회사들은 아웃소싱, 하청, 인수합병이 생존 비즈니스모델이 되다고 할까.

 

이러한 변화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진 않으나, 전체적으로는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어느새 디지털이 모든 기업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하나의 인프라가 되었음을 뜻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사이, 30대 대부분을 순수 미술 쪽에 올인했고 뒤늦게 다시 디지털로 돌아온 이후로는 30대 초반 벤처붐이 한창일 때처럼 아무렇게 경력를 한 잘못이 크다. 이젠 되돌리긴 좀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 뭔가 제대로 된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된다.  

 

원래 디지털 쪽은 약어들이 너무 많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용어가 많이 나와서 조금만 게으르게 살면 뒤쳐지는 느낌이 팍팍 든다. DMP이라는 단어는 작년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Data Management Platform의 약자다. 이미 솔루션을 도입한 회사도 있고 기존에 활용하던 광고 마케팅 플랫폼을 살짝 고도화하여 DMP라고 이름붙이기도 한다. 이 솔루션은 단어 그대로 여기저기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고 활성화하여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의 데이터로만 수집하기 때문에 정교한 개인화나 맞춤화가 어렵다. 쉽게 말해 우리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광고 배너가 뜰 때, 해당 광고를 노출되게 만드는 것이 DMP를 기반해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글 AD를 사용하지만, 구글 AD만 있는 것이 아니다. DMP는 일반적으로 쿠키, 디바이스 정보, IP 주소 같은 것을 수집해서 넓은 범위의 타겟 사용자 그룹을 형성,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쿠키, 디바이스 정보, IP 주소 같은 것만으로 정확한 타겟 사용자 그룹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외 다른 데이터들까지 수집하여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 때 나오는 플랫폼이 CDP다. 

 

CDP 개념도



DMP는 익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설계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여 광고나 마케팅을 실행하기 위한 용도로는 부적절하다. 하지만 CDP(Customer Data Platform)은 고객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들까지도 포함한 여러 데이터를 모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타겟팅이나 개인화가 가능하다.

 

- 각 디지털 채널에서의 고객 정보 및 행동 데이터
- 온-오프라인 고객 구매 데이터 
- 고객의 인구통계 데이터

 

CDP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에서 이용되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 이용, 관리, 통제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고객의 동의를 받아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맞도록 프로파일화하여 여러 마케팅 활동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고객 기준으로 프로파일 데이터를 구성한다. 이러한 프로파일 데이터는 CRM, 고객 분석, 마케팅 오토메이션, 개인화, A/B테스트 등 다양한 마케팅 영업 활동을 위한 시스템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된다. 따라서 CDP는 단독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기 보다는 다른 마케팅 솔루션과의 긴밀한 연관 관계 아래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고객 개인에게 최적화된 마케팅/영업 활동이 가능해지지만, 얼마나 가능할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내가 CDP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객 관점에서의 통합된 뷰(single view)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오프라인에서의 소비를 넘어선 지금, 심지어 오프라인에서의 소비활동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는 지금, 데이터 수집이 문제가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고객 관점에서 통합하고 분석하여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맞도록 가공할 수 있는가, 가공된 형태가 다른 솔루션/시스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포맷인가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CRM(고객관계관리, IT프로젝트에서는 흔히들 ‘정보계’라고 하는)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개념화되고 시스템화되어 기업에게 제공되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을 극히 일부였다. 몇 년전부터  여러 빅데이터 솔루션이 나온 후에야 활용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지만, 활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는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어떤 형태로 가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방향이나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막상 활용하려고 보니, 활용할 전략 방향이나 통찰이 없었다. 따라서 현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 대부분은 그냥 잠자고 있고 실제 비즈니스에서 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CRM은 고객 관계 관리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도록 영업 활동을 위한 시스템이지, 고객 관점에서의 통합된 뷰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디지털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그 활용이 제한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DMP나 CDP 같은 솔루션이나 개념의 등장은 상당히 흥미롭다. 최근 개인적으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젠 데이터 수집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더 중요한 시대로 넘어갔다. 이런 측면에서 AI(인공지능)도 여러모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CDP는 더 진화하여 CIP, Customer Intelligence Platform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참고)

주로 하는 일이 마케팅보다는 프로젝트 셋팅과 실행에 포커스되어 있다 보니, 퍼스트 파티 데이터같은 단어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디지털 마케팅을 했던 것도 벌써 8~9년은 지난 것 같으니, 정말 많이 변했다.

 

- 퍼스트 파티(First-party) 데이터
기업이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수집한 모든 정보를 뜻한다. 여기에는 고객 정보 제공 동의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CDP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 세컨드 파티(Second-party) 데이터
기업 외부의 다른 조직을 통해 수집된 고객 정보 및 고객 행동 정보를 의미한다. 제휴 업체를 통할 수도 있고 제휴된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다.

 

- 서드 파티(Third-party) 데이터 
다양한 채널로부터 수집되어 패키지된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인구 통계 정보나 검색어 데이터 등 집합적인 데이터 모음으로 이해해도 될 정도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지만, 이런 데이터도 다른 데이터들과 함께 볼 땐 유의미한 통찰을 구할 수 있다. 

참조) https://www.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9073&categoryCode=CC107 
https://dynamics.microsoft.com/ko-kr/ai/customer-insights/what-is-a-data-management-platform-d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