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마시기 좋은 날이다. 그런 하늘이다. 그런 빌딩 숲 강남 역삼동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바다로 나오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다. 그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고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인류는 멸망해도 된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금의 이상 기후는 지구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며 대응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이상할 뿐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또한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차라리 반대여야 한다. 최근 들어 형편없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행태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그러한 형편없는 이들을 향한 지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절망했다. 결국은 무지한 극단주의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진지하게 다가오는 시대는 새로운 중세가 될 것이라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렇게 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무지한 이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인류의 역사 상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춘 현대에 어울리지 않게 무지한 이들이 늘어나 득세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지식을 갖춘 이들은 매장당하고 화형당할 것이다. 그렇게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다. 헤겔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녁에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 내가, 진지한 우리들이 그것을 원하던 원하지 않던, 역사를 그렇게 반복되어져 왔으며, 나태하고 무지한 권력자를 칭송하고 옹호해왔다. 역사는 늘 무식하고 힘센 자들의 편이었지, 진지하고 사려깊고 냉철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기억하자.
오늘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로 오염수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났음을 기억하며.
낮술 마시기 좋은 하늘이다. 그런 하늘 아래 낮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떨쳐버리고 조용한 목소리고 태평양의 깊은 바다 속을 지나다닐 고래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