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보보스, 데이비드 브룩스

지하련 2001. 7.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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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저, 동방미디어




아마 이 책은 내가 eBusiness에 대해서 몰랐다면 매우 단호하게 혹평을 했을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여러 평자들을 통해 알려진 그러한 찬사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코믹 사회학'(약간은 경멸적인 어투의)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보보스BoBos란 Bourgeois와 Bohemians를 합친 단어이다. 그리고 책의 목차는 교육받은 계층의 부상,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 영적인 사람, 정치와 그 너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에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헤미안은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며 자본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부르조아는 그들이 산업혁명을 계기로 생긴 계층이기 때문에 과거의 전통(토지귀족계급)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통, 매우 부적절하며 형식적인 전통을 열망한다. 특히 미국의 부르조아 계급은 이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청교도 윤리는 매우 기묘한 자본의 상승 곡선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이 미국의 부르조아는 보헤미안적 기질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부르조아로 태어나고 있다. 저자야 보헤미안이 부르조아적 마인드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웃기는 소리다. 미국은 현재 디지털 이코노미를 이끌고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것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이 보보스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이 삶의 이상주의라거나 유미주의가 아닌 바에는 보헤미안적 탈을 쓴 새로운 모양새를 한 부르조아일 뿐이다.

특히 지적인 삶 부분에서의 저자의 오해는 읽기 거북한 부분들 중의 하나이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을 이야기하면서 이 사회가 겉모습으로는 지배와 피지배의 모양새를 벗어나고 있는 듯하지만(부분적으로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실제로는 그것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표피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논리에 끼어맞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스타가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 자본 중심주의를 경멸하는 듯하면서 자본을 옹호하는 태도, 삶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현실도피주의적 태도, 갖은 인용을 통한 자기 견해가 옳음을 증명하려는 무책임한 글쓰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 현상을 매우 독창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즈니스가 어떤 것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일깨움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