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MZ세대로 보이는 어떤 이가 고참 직원들(관리자들)은 AI를 통해 업무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푸념이었다. 나이 든 이들이 AI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AI로 찾으면 바로 나오는 걸 자신에게 시킨다고 했다. 세상은 변하고 AI가 대세로 여겨지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일까.
오늘 페북에서 누군가가 레딧에서 올라온 글을 Chat GPT로 번역해 올렸더라. 내용은 미국의 지역 방송국 직원인데, 1명을 제외하고 스물여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그 전에는 사람들이 하던 일을 AI 기반의 솔루션 회사가 스물여명이 하던 일을 AI 기반 솔루션이 다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실은 이런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다. 이미 국내 금융권 컨택센터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경량화하였다. AI 기반의 CTI 솔루션으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그것의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미 진행 중이고 확대되고 있다. 단지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과연 옳은 방향일까.
이익과 효율성만 따지는 자본주의 세계에 사람이 설 자리는 없다.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이런 극단적 효율성에 찬사를 보내며 이를 추구한다. 그러니까 이 기업가들의 능력이나 통찰은 탁월하지만, 그 탁월함으로 인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정작 도움을 받기 보다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Open AI과 같은 여러 AI 기업들의 혁신이 지금 당장에는 상당히 흥미롭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당신의 밥벌이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이들은 나나 당신이 열광해야 될 기업가가 아니다. 또한 AI와 같은 혁신적 기술이 이 세상를 변화시킬 때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이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AI에 대한 규제와 감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엔 별 관심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이지, 좌파적 이기주의가 아니다.
퇴색해버린 이상만을 고집하는 시대착오적인 진보주의자들도 별로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떠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치기 보수나 앵무새 처럼 외신 기사를 그대로 옮기거나 보도자료를 받아 살짝 손보는 기자들은 보면 한심해도 너무 한심하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나 기사를 듣거나 읽고 그것이 가지는 폐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대중들은 ... 그 결과가 현재의 한국 상황이다.
그렇다면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같은 이들은 이런 것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걸 모를까? 아니 너무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무섭다. 그들은 얼치기 보수주의자도 이상만 고집하는 진보주의자도 아니다. 그들은 매우 철저하고 냉정하며, 그런 관점에서 기술을 통한 여러 혁신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고 올 영향력이 짧은 기간 인간 사회에 극적인 피해를 줄 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 더 이득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방향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런 기업가나 자본가에겐 자신 삶의 작은 문제들조차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해결할 역량도 없는 이들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할 테니.
그들은 애초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만들지 않았으며, 그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 부를 이룬 이들일 뿐이다. 이상주의자들은 이 사회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그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까지도 바꾸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이들은 시스템을 바꾸는 모험(이미 사회주의라는 모험을 하였으며 이는 실패했다) 대신 시스템 안에서, 이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여길 것이다. 실패는 극복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며, 노력하는 이들은 실패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확실히 성공은 '운'이다. 능력처럼 포장된 운이다. 능력이 있어도 실패라는 악운을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타고 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개인들은 어떤 신념,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만 하고 이를 정치적 당파성으로 드러내야만 한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후원을 왜 했을까? 아무리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혁신적인 기업가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들을 모두 돈과 혁신적인 기술로 해결할 수 없음을 안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당파성? 웃긴 소리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갑자기 어디 정치 조직에 속해 있거나 정당 활동을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에는 일절 아무 관심도 없다. 나는 개인 각자가 가져야 하는 신념이나, 태도, 가치관은 결국 행동들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치적 방향성으로 표출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그냥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 자영업자들의 수는 이미 너무 많고 대부분은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소수의 성공사례만 부각될 뿐 무수한 실패는 이야기되지 않으며 시스템적으로 다수의 성공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십수년 전부터 국가에서는 1인 창업이라고 해대며 창업을 부추겼다. 그렇게 되면 개인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자영업자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오우. 정책입안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만 그 문제가 심각해졌을 땐, 자영업자들이 늘어나서 생긴다고 말하기 보다는 불황이 닥쳐서 그렇다고 기사화될 것이기 때문을 알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걸게다. 또한 사업자들이 들어나면 실업률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실업률이 줄어들면 기사화하기 좋다. 이번 정부에서도 수시로 무역 흑자라고 기사화하지 않았던가. 많은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덜 떨어진 사람들만이 이 기사를 보며 현 정부를 지지했을 것이며, 아직도 지지하는 중이다.
나는 규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AI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때, 어쩌면 새로운 유형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 것이 생각한다. 아니면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러다이트 운동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미연에 방지할 방안들을 정치적으로 대비해놓을 테니 말이다. AI 기반의 생산성 도구나 대화형 서비스에 열광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이 가져올 불길한 미래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한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는 이들을 보면, 아, 매우 절망적이다.
잭 웰치의 GE에는 열광했지만, 결국 GE는 공중분해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사람들은 간과한다. 잭 웰치가 주도했던 식스시그마라든가 GE캐피탈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했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가를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를 지적했을 텐데 사람들은 관심에 두지 않거나 침묵했을 것이다. 너무 소수였을 테니까.
AI를 알고 공부하고 배워야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아마 AI 솔루션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사연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막는 방법, 혹은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해결책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된다. 그리고 이것을 막거나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제대된 국가/정부와 정치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나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진다는 점에서 더 절망적이다.
* 리멤버: 명함 저장 교환 APP으로 시작해 현재는 구인구직까지 확대한 서비스로, 커뮤니티가 의외로 활성화되어 있다.
* 러다이트 운동: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영국의 노동자들이 방직 기계를 부숴버리는 일련의 활동을 지칭하는 단어다. 혁신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