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근황

지하련 2007. 10. 17. 10:48

소란스러운 아침을 보낸다. 십분 단위로 울리는 핸드폰 알람만으로, 우울하기 그지없는 영혼에 거추장스럽게 매달린 듯한 내 몸을 일으켜 세우기엔, 서른 중반의 나에겐 너무 벅찬 일이다. 결국 오늘도 늦잠을 잔 셈이다. 녹색 빛깔의 배설물로 가득찬 분홍 대야에 담긴 금붕어들에게 아무렇게나 먹이를 던져주고 부랴부랴 세수를 한다. 아, 오늘, 또 화분에 물을 주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꽃들아. 녹색 이파리들아.

몇 년 만에 다시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읽는 건 되지만, 말하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그 전에도 여러 번 영어 학원을 다녔지만, 새벽반은 불가능하다고 내 스스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어떻게 잘 다니고 있다. 나이가 든 탓인가. 그래서 아침잠이 없어진 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놀기 시작한 지도 벌써 3달이 지났다. 그 사이 특별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원래 10월 중순에 새로운 법인을 세워 출발하려고 했으나, 그 일은 계속 연기되더니, 11월에는 가능하려나 싶다.

빙글빙글 돌아, 다시 원점으로 온 것인가.

대학 시절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내 글이 시장에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팔리는 것을 보며 일희일비하기엔 나는 너무 소심하다고 결론 내렸고 내 생계와 글은 무관할 것이라고 결정해 버렸다. 하지만 나는 건전하고 건강한 직장인으로 살아남기에는 너무 대책 없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이었다. 지금 하게 될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진 모르겠지만, 그 사이 내가 해왔던 일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올해는 준비를 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 사이 나는 영어에 대해선 어느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 11월 말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Contemporary Istanbul 2007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해야 한다. 규모가 그렇게 큰 아트페어는 아니지만, 최근 이슬람 경제권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스탄불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역동적인 아트페어이다. 전 세계의 갤러리들이 참가하고 여러 미디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행 삼전동 지점에서 작은 전시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 외 여러 전시가 시작될 예정이다. 삶이란 부딪히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