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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 노하우 - 6점
론 데이비스 지음, 최리선 옮김/아르타



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노하우
론 데이비스(지음), 최리선(옮김), 아르타


최근 많은 사람들이 미술 투자(art investment)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나에게 미술 투자에 관해 묻기도 한다. 나 또한 “이런 작품들을, 이 작가들을 유심히 보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입을 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도리어 작품 보는 안목을 기르라고 먼저 주문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투자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도 없다. 투자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뚜렷한 전략이나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유럽이나 북미의 몇 나라들처럼 오랜 미술 작품 수집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을 수집하게 되고 수십 년 이상 작품을 팔지 않고 보관한다. 그 중에는 무명의 작가였다고 후대에 새롭게 평가 받는 작가도 있을 수 있고 그 당시에는 유명한 작가였으나 후대에는 잊혀지는 작가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주고 그림을 샀는데, 몇 년 후에 그 작품 가격이 휴지가 되었다고 해서 충격을 받거나 놀라지 않는다(다소 기분이 상하긴 하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한 것이고, 이 작품의 진가는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은 자신의 안목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 평론가나 화랑 주인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의견일 뿐 자신의 구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안목 있는 콜렉터가 드물다. 안목 있는 콜렉터의 눈은 때로 미술 평론가, 화랑 주인들보다 더 정확하고 오래 간다. 그리고 미술 평론가들은 미술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하고 미술에 대해 글을 쓰는 이들이지, 미술 작품을 거래하고 그것의 금전적 가치를 논하는 이들이 아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지금은 나오지 않는)에서 미술 평론가들이 모여 작품의 가격을 논하는 기사를 보고는 끔찍함을 금치 못했는데, 그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작품의 가격이 먼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이라는 점, 두 번째로는 실제 미술 시장 거래에 있어서 큰 영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작품 가격을 이야기하는 점이었다. 도리어 그들이 정말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을 찾아 그들을 알리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화랑 주인들은 어떤가? 여기에는 많은 분류의 사람들이 있다. 정말 탁월한 안목과 감식안으로 숨겨진 보물과 같은 작가와 작품을 찾아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품 팔기에만 혈안이 된 이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버젓이 유명 작가의 위작을 팔기도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것이 위작인지 아닌지는 그 작품을 그린 작가도 모를 경우까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술 작품 가격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런데 ‘론 데이비스의 미술 투자 노하우’라는 책은 과연 (특히 한국 미술 시장에서의) 미술 투자에 대해 혜안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단연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술 비즈니스 쪽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이들, 전문적으로 미술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책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작품을 보는 눈’이다. 좋은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며, 그 작품의 생명력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를 읽을 수 있는 눈을 먼저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이다.

론 데이비스가 말하는 것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실은 미국 미술 시장에서는 론 데이비스가 이야기하는 것 대부분이 맞다. 하지만 한국 미술 시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아마 몇 십 년이 흐른다면 그의 이야기가 어느 부분 적용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짜 작품을 어떻게 고르는가에 대해선 투자 노하우와는 전적으로 별개다. 즉 지금 젊은 작가의 어느 작품이 몇 십 년 후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론 데이비스도 그의 책에서 작가나 작품들을 언급할 땐, 그것들 대부분은 이미 평가가 어느 정도 끝난 것들이다.

참 무책임한 말이지만, 미술 작품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 전에 먼저 작품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 작품을 구입하여 5년 이내에 작품을 팔고 싶다면(이건 한국에선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대형 갤러리나 미술 경매 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얼마 정도의 수업료를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구입한 작품들을 헐값에 내다 놓는 일까지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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