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기 전 서가에서 낡은 시집 한 권을 꺼내 소리내어 읽는다.
어떤 영혼들은 ......
1920년 2월 8일
어떤 영혼들은
푸른 별들을 갖고 있다.
시간의 갈피에
끼워놓은 아침들을,
그리고 꿈과
노스탤지어의 옛 도란거림
이 있는
정결한 구석들을.
또 다른 영혼들은
열정의 환영(幻影)들
로 괴로워한다. 벌레 먹은
과일들. 그림자의
흐름과도 같이
멀리서
오는
타버린 목소리의
메아리. 슬픔이 없는
기억들.
키스의 부스러기들.
내 영혼은
오래 익어왔다; 그건 시든다,
불가사의로 어두운 채.
환각에 침식당한
어린 돌들은
내 생각의
물 위에 떨어진다.
모든 돌은 말한다:
"신(神)은 멀리 계시다!"
- 로르카, <강의 백일몽>, 정현종 옮김, 민음사, 2003년.
이 밤, 로르카 시집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