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 6

채식의 배신 The Vegetarian Myth, 리어 키스(지음)

채식의 배신 The Vegetarian Myth 리어 키스(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근래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과격하고 직설적이다. 저자 자신의 체험 이야기를 하다가 영영학자나 고생물학자의 논문을 인용하기도 한다. 전문성이 확보된 듯하면서도 전문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내 평가는, 과격하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사카린이 위험한 감미료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발암 물질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카린은 보기 드물게 안전한 인공 감미료다. (참고 기사: 사카린은 억울하다… 착한물질에 씐 주홍글씨 ) 이런 식으로 우리는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가령 ‘콩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오해하는 것은 아..

고야, 방랑 배우들(Strolling Players)

Strolling Players 1793 Oil on tinplate, 43 x 32 cm Museo del Prado, Madrid 고야의 작품은 언제나 흥미롭고 격조있지만, 비극적이고 끔찍한 우울과 절망을 가리고 있다. 몇 년 전(2004년 6월), 어딘가에 올렸던 글을 다시 여기에 옮긴다. 낭만주의 시대(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최고의 예술가는 "프란시스코 고야"다. 그는 계몽주의가 남긴 혁명의 그림자 속에서 삶의 허무와 거짓된 역사를 뚜렷하게 목격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보통의 낭만주의자들이 이야기하곤 하는 사랑이라든가 환상, 또는 매혹의 도피 따윈 다 허위이거나 기만이고, 도리어 그 세계 속에서조차 우리는 삶의 허무나 죽음,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자..

마그나스코와 로코코 미술 Magnasco and Rococo Art

Alessandro Magnasco, Sacrilegious Robbery, 1731, Oil on canvas, Quadreria arcivescovile, Milan 이탈리아 로코코 화가인 Alessandro Magnasco의 작품은 어딘가 어둡고 무거우며 침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바로크적이거나 로코코적이기 보다는 매너리즘에 더 가깝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런 느낌을 환기시키는 그림을 떠올린다면, 'Stil Life'류의 작품이 될 수 있다. Jean Simeon Chardin, Still Life (The Silver Tureen), 1728, Metropolitan Museum of Art 둘 다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목적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작품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틀리..

계몽주의 시대의 미학

제 7 장 계몽주의 시대: 데카르트적 합리주의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데카르트의 태도만 알아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중요하다. 17세기 바로크 예술이나 그 전 르네상스 고전주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 데카르트 철학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종종 미학과 예술이 서로 평행을 유지하며 나란히 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도리어 미학과 예술이 무관한 경우도 더 많다. 개인적으로 미학은 예술 이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사상사적 맥락이나 철학사적 맥락을 그 시대의 예술 양식과 서로 연관 지어 이해하는 것은 예술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미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비어즐리는 데카르트는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데카..

Young Woman in a White Hat, 그뢰즈

Young Woman in a White Hat about 1780 Oil on canvas 22 3/8 x 18 1/4 in. (46.8 x 46.5 cm) 전형적인 로코코 양식의 작품이다. 화사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저 여인의 양볼을 감싸고 도는 붉은 빛은 로코코 시대가 가졌던 풍요로움과 우울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듯 하다. 매력적이다. ------ 그뢰즈의 작품이다. 그뢰즈는 18세기 계몽주의를 대변하는 화가들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그도 로코코의 그늘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시대는 로코코(몰락해가는 귀족들의 세계가 중심인), 계몽주의(상승하는 부르조아지와 지식들의 사상, 그리고 중상주의(자본주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뢰즈는 보기 드물게 이 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