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3

때 늦은 우울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울 뻔했다. 20대 시절엔 자주 있던 일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선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 땐 정말 해 지는 오후만 되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참으려고 술을 마셨다. 내 나쁜 술버릇은, 변명처럼 그렇게 만들어졌다. 장석남의 시를 좋아했는데, 술에 취하면 다들 그렇듯 기형도의 을 소리내어 읽었다. 조금 나이가 들자, 허수경의 을 읽었다. 킥킥거리며, 당신, 당신 그렇게 부르며 울었다.  시 따위 쓰지 않은 지 오래 되었고, 소설에 등장할 만한 사람들이 내 꿈에,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하는 때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아주 가끔 서교동 성당 안으로 한 소녀의 뒷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이 참혹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새벽..

눈물을 흘리는 여인(Weeping Woman), 피카소, 1937년 작

Weeping Woman (눈물을 흘리는 여인) Pable Picasso. 1937년도 작. 그 유명한 '게르니카'도 1937년도 작품이고 이 작품은 '게르니카'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도라 마르(Dora Maar)로, 1930년대 중반부터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다. 이 그림은 '눈물 흘리는 성모 마리아(Mater Dolorosa)' 도상의 현대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예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 한 여인이 게르니카에서 일었던 참극에 대한 소식을 듣고, 혹은 그 참극을 보면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오열 자체도 일종의 참극처럼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슬픔을 참지 못..

눈물

잠시 그친 비가 다시 내린다. 자기 전에 잠시 가위에 눌렸고 일어나기 전에 잠시 꿈을 꾸었다. 꿈을 꾸면서 울었다. 일요일 낮잠에서도 나는 꿈을 꾸었고, 그 속에서 울고 말았다. 눈물 많은 남자라고 비난할 지 모르겠지만, 꿈을 꾸면서 우는 건 매우 특이하고 낯선 경우다. 당황스러운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지 않던 담배를 피우고 진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오늘은 여기저기 갈 곳이 많은데, 비가 온다. 좋은 일인가, 아니면 나쁜 일인가. 반젤리스의 73년도 앨범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악을 듣던 시절이 그립다. 하긴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