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3

루쉰(노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며칠 전 서가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을 보았다. 여기서 '보았다'는 그 책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의미이지, 그 책을 다시 읽었다는 건 아니다. 반가웠다. 대학 시절 한 번 읽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또 한 번 읽었다. 이번 가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루쉰(노신)의 마음도 요즘 내 마음 같았을까. 대학시절 '아큐정전'을 읽었으면, 그 짧은 소설이 가진 거대한 힘 앞에서 나는 절대 이런 소설은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우리 시대는 루쉰의 시대가 아니므로, 그런 소설을 쓸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법. 우리 시대가 다시 이렇게 어두워지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잘못된 것일지라도 과거는 흐릿해지며 아름다워지기 마련이고, 그 과거 화려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누군가에겐 ..

16세기 문화혁명 - 독서모임 '빡센'의 두 번째 책

16세기 문화혁명 -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남윤호 옮김/동아시아 이런 두꺼운 책을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것은 우연이었다. 읽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이었지만, 16세기는 나에게 무척 흥미로운 시기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16세기는 중세의 어둠이 유럽 전역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대이며, 마지막 마녀사냥과 연금술의 시대였다. 절정기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매너리즘을 지나 바로크 양식의 카라바지오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끝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16세기 풍경 속에서 세르반테스의 근대 소설이 시작하고 세익스피어의 희곡들이 16세기에서 17세기로 향한다. 루터와 에라스무스가 있었던 시기였으며, 본격적 근대가 시작되지도, 그렇다고 중세도 아닌 시기였다. 종교혁명의 시기였으며, 교회 권력에서 세속 권력으로 정치적..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中國 - 이인호 지음/아이필드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지음, 아이필드 “그만큼 중국인들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530쪽 칠백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다들 고개를 흔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가깝지만 일본보다 더 모르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그만큼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실제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나 배낭여행기 등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중국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니깐 “착하게 살아서 천당 간다”의 태도가 매우 약하다. 중국의 창조 신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우주의 창조자인 반고가 죽어 그의 육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