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3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창비 한국과 일본은 참 멀리 있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서경식 교수의 유년시절과 내 유년시절을 비교해 보며, 문화적 토양이 이토록 차이 났을까 싶었다, 일본과 한국이. 내가 살았던 시골, 혹은 지방 소도시의 유년은, 쓸쓸한 오후의 먼지 묻은 햇살과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이 전부였다. 책 속에서 이야기되었던 윤이상 선생의 통영에서의 유년 시절은 내가 겪었던 유년 시절과도 달랐다. 그가 통영에서 살았던 당시(20세기 중반) 보고 들었을 전통 문화라는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서양 신식 문화랄 것도 내 유년시절에는 없었다. 전통 문화와 신식 문화 사이에서 길게 획일화된 공교육과 책을 읽으면 안 되는 자율학습과 텔레비전, 라디오, 팝송이 있었다(..

어수선한 마음의 일요일 아침의 말러Mahler

어제 밤에 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HP 노트북의 OS를 새로 깔았다. 무려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아무 짓도 못했다. 스트레스가 의외로 심했다. 그 탓일까. 일요일 아침 쉬이 기분이 펴지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고 얼마 전에 끝난 조안 미첼의 전시를 떠올리며 뉴욕타임즈 웹사이트에서 구한 그녀 작품에 대한 몇몇 기사를 읽었다. 그 중에서 기억하는 문구. an orgiastic battlefield, 주신제의 전쟁터, 술 마시며 난리를 피우는 전투장, ... 어쩌면 미 추상표현주의가 orgiastic battlefield가 아닐까. .. 어쩌면 모든 예술 작품이, 우리 마음이, 우리 사랑이.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 카라얀의 베를린 필이 연주한 ..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 혼자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 혼자고양이 키우면서 살고 싶다. 고양이 먹이 주면서 아침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며 삶을 비관하고 싶다.순환적 역사관을 굳게 믿으며 내 생 다시 꽃 필 날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혼자 살고 싶다.봄에는 이름 모를 꽃향기가 스며들고가을이면 낙엽 지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아파트였으면 좋겠다.여름에는 바람은 불되, 아무도 찾지 않는 아파트이면 좋겠고겨울에는 눈이 쌓이고 밤의 하늘이 낮게 드리우고 사랑하는 여자만 찾아오는 그런 아파트였으면 좋겠다. 그런 작은 아파트에서, 오래된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말러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살고 싶다.낮고 긴 서가에 빼곡히 꽂힌 책들 중 한 권을 꺼내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그렇게 나, 그렇게 혼자 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