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2

폴 발레리와 사춘기

세상도 많이 달라졌지만 독자층의 책읽기 버릇도 영 딴판이다. 세로 읽기가 가로 읽기로 바뀌고, 한자나 한자말보다 한글과 토박이말에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 판을 다시 짜게 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선 괄호에 묶인 한자를 다 없애버렸다. 낱말은 귀로만 들어서도 얼른 뜻이 잡혀야지, 눈으로 글자를 확인해야만 짐작이 간대서야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서이다. - 박은수, '개역판을 내면서', >, 을유문화사  행이 세로로 편집된 책이 있는가 찾아봤더니, 딱 한 권 남아 있었다. 나 또한 가로 읽기 세대여서, 가끔 절판된 책들 중에 세로로 편집된 것들을 구해 읽었던 몇 번이 전부다. 변화 속에서 있으면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마치 시간과 공간이 하나이듯, 변화도 우리와 하나이다. 우리가 변하고,..

발레리 산문선, 폴 발레리

발레리 산문선 폴 발레리 지음, 박은수 옮김, 인폴리오.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소개하라며 한 시간의 시간을 준다면, 혹은 원고지 30매를 채우라고 요구한다면, 아마 나는 한 시간 내내 책의 일부분을 읽어가거나, 책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을 것이다. 아마 몇몇 이들에게 이 책은 수다스럽고 장황하며 뜻모를 말만 나열하는 책이겠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아름다우며 읽어가는 도중, 아!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책들 중의 한 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의 한 구절을 옮긴다. 나르시스를 사모하는 한 님프의 대사다. 가엾게도 ... 내 자매들아, 죽다니? ... 우리는 죽지 않는 여신들, 부질없게도, 부질없게도 죽지도 않고 아름답기만 하니; 우리에게는 사랑도 없고 죽음도 없구나 욕망도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