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운 3

시냇물에 책이 있다, 안치운

시냇물에 책이 있다. 안치운(지음), 마음산책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안치운 지음/마음산책 언제부터 프랑스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불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나 르 끌레지오? 하지만 그 때 내가 열심히 읽었던 소설가는 헤르만 헤세였는데. … 아니면 먼 훗날의 필립 솔레르스, 로베르 데스노스, … 기억은 꼬리를 물고 빙빙 돌아, 몇 해 전 갔던 파리 하늘 아래로 모여든다. 지하철을 오가며 안치운의 산문집을 읽었다. 웬만한 문학 비평가들보다, 웬만한 소설가보다 뛰어난 산문을 가진 그는 연극평론가이다. 중앙대에서 연극을 공부하고(그는 예술대 선배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였다(뜬금없이 고백하건대, 마음 깊이 모교 교수를 하였으면 했던 이가 두 명 있었는데, 한 ..

연극과 기억, 안치운

연극과 기억 - 안치운 지음/을유문화사 안치운의 ‘연극과 기억’(을유문화사, 2007)을 읽었다. 그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여러 지면에 쓴 연극평을 모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여간 읽기 불편한 것이 아니다. 텍스트의 문제다. 텍스트와 무대 사이에는 건너갈 수 없는 거대한 심연이 놓여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심연을 가로질러가 무대를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글은 살아남기 위한 표현이되 노력이다. 비평가의 글은 살아남기 위한 열정의 소산이 아니던가. 공연을 재현하는 비평은 공연의 표현이다. 삶이 삶의 표현이듯이. 비평 없이도 연극은 가능하지만, 연극 없이 비평은 불가능하다. 연극을 가능하게 하는 비평이야말로 비평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평의 꿈이다. 그렇지만 비평이란 글은 결코 ..

안치운, 중앙선데이, 정재숙기자

마임은 부끄러움을 지녔다는 뜻을 지닌 함수초와 같다. 노란꽃 아카시아라고 불리는 함수초(含羞草) 혹은 미모사(mimosa)의 어원은 움직이는 배우를 뜻하는 마임(mime), 미무스(mimus)이다. 이 꽃은 콩과의 일년초로서 여름에 다홍색 꽃이 피고, 꼬투리를 맺는다. 잎을 건드리면 곧 아래로 늘어지고, 소엽도 서로 닫아서 마치 부끄러움을 타는 듯하다. 마임은 무엇보다도 배우 자신의 몸 안팎에서 온 자극에 의한 것이다. 배우의 몸은 예민하고, 섬약한 존재로서 미모사와 같다. 그 언어들이 관객들에게 말을 한다. 마임을 읽는 것은 그 언어들이 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가는 것과 같다. - 안치운, 몸으로 시를 쓴 어릿광대 마르셀 마르소’(중앙선데이 매거진, 29호) 중에서 글을 읽는 건 역시 종이로 읽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