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

요즘, 책임에 대하여

젊었을 때는 자유를 이야기했으나, 나이가 들고보니, 자유보다 책임이 더 중요하더라. 그러고 보니 한국 교육은 '책임'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더라. 특히 '책임을 지는 자(리더)'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은 전무했더라(아니면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인지).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책임이 더 중요한데. 책임감이라곤 제로인데, 공부를 잘 했다는 걸로 리더가 되는 모습은 어딘가 이상하다. 요즘 이 나라 모습을 보니, 제대로 된 리더를 찾아보기 힘들구나. 하물며 작은 구멍 가게 사장도 저러지 않는데, 국가/정부의 장(리더)들이 왜 저러는지. 그리고 저런 사람들을 옳구나, 좋구나 하면서 뽑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세상은 좋게 변할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곳인 듯 싶다. 이러다가 브라질처..

난리블루스

IDC 내의 부분적인 화재로 서비스가 이렇게 오래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서버가 다 불탄 것도 아니고 그냥 전원만 내려간 것이니, 다시 전원을 공급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을 텐데,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버가 내려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전원이니, 전원이 들어오면 서비스가 금방 정상화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시스템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이중화라든가, 물리적으로 분리된(위치가 다른) 동일한 시스템으로 백업하기도 하니. 그것을 이것을 DR이라고 한다. 경영의 관점에서 DR는 정말 순수한 비용이다. 비상사태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DR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과 같은..

새벽 빗줄기

새벽 빗소리가 열린 창으로 들어와 방 안 가득한 열기를 밀어낸다.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그 기세를 누그러뜨면서 차가운 습기로 채워진다. 이 습기만 견딜 수 있다면, 제법 청량한 잠을 잘 수 있을 게다, 가족들은. 가끔 이 세계가 존재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고 사랑을 느끼거나 행복을 느낄 때, 신비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그건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만 그 호르몬 모두를 지금 알지 못할 뿐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이 신비 앞에서 파스칼은 끝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20세기 초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우리 존재의 목적이나 이 세상의 기원에 대해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다며 절망했다. 그리고 21세기 초반, 백 년 전 그 절망을 현대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어받는다. 책을 읽을수록, 내 지..

오랜만에 글 한 편

최근엔 책을 읽으나, 책 읽은 감상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나 여유도 없고, 그럴 때가 생기더라도 일 생각 뿐이다. 나이가 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같지만, 할 수 없는 것만 알 뿐이다. 예전에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서 헤쳐나갔지만, 지금은 알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내 저지른 잘못까지도 알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힘들기까지 하다.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나이가 어리나 나보다 뛰어난 이들을 볼 때면 부럽고 존경스러운 요즘이다. 오랜만에 글을 썼다. 미술에 대한 짧은 글이다. 다시 읽어보니, 문장이 투박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작을 고민 중이다. 이어서 블로그에 연재해볼까. * 글이 실린 잡지 구매는 https://www.inst..

흑석동 어느 건물 앞

길을 가다가 찍는다.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도 좋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군데군데 낡은 건물들이 남아있지만, 정말 많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변하고 있다. 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많지만, 변해야만 견딜 수 있는 일상이 이어지니, 어쩔 수 없다. 요즘은 글이 거의 씌여지지 않는다. 심지어 서평 쓰기도 어렵다. 그만큼 글쓰기가 뒷전인 셈이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밀려다닌다고 할까. 사정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간다. 오늘의 커피를 시킨다. 기다린다. 5분. 3분. 2분. 1분. 커피를 받아들고 걷거나 앉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낯설다. 익숙한 풍경 속의 낯선 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낯설어진다. 익숙한 나는 저 멀리 있고 낯선 내가 나를 드리운 지도 몇 년이 흐른 걸까. 나는 익숙한 나를 숨기고 낯선 나로 포장한 지도, 무심히 보내는 오월 봄날처럼 둔해진 건가. 요즘, 자주, 읽지 못할 책을 펼친다. 롤랑 바르트. 그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언제였을까. 오직 바르트만이 줄 수 있는 위안. 그건 언제였던가. 누군가를 만나 바르트 이야기를 하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커피를 마시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신 적은 언제였던가. 바르트가 이야기한 사랑과 문학과 사진과 그 자신을..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만큼 빨리 지치고 상처입는다. 변화는 예고 없이 방문하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곤 사라지며 흔적을 남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빠르게 늘어나 거의 매일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노트북이 가벼워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가벼워질수록 이 녀석이 자주 나타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까페에서, 심지어 집 거실에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메일이 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온다. 미팅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근처 카페에 들어와 메일을 확인하고 일을 한다. 그렇게 오후에서 저녁이 되었다. 또 야근이었다. 스트라다..

요즘 어떤 생각

1987년도에 번역 출판된 윌리엄 S. 버로우즈의 소설론을 구했다. 소설을 쓰지 못하니, 소설론만 읽는다. 세상은 바라지 않는 소설 같이 흘러가기만 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하늘이라고 스스로 믿는 그들과 그들의 나팔수들은 한 줌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니네들은 미개하고 어리석다며,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꺼야라는 패배주의를 은연 중에 심어놓으며, 진실은 조작되었고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했다며 강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거리 데모를 나간 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나갈 생각이다. 세상은 바꾸는 건 깨어있는 시민이지, 그들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상처 입히고 우리들을 왜소하게 만들며 우리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며, 변하지 않는 세상의 질서를 강요하는 그들 앞에서 세상은 변하..

요즘

1. 완전 병자 모드다. 몇 주전부터 어깨결림, 목 통증이 있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 침 맞고 난 뒤, 더 심해진 것같다. 잠시 감기 때문에 잊고 지내다가, 오늘 아침 돌발적으로 통증이 심해졌다. 지난 주의 감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목은 계속 아프고 불편하다. 아픈 몸 따라 집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엉망이 되어버린 집 따라 마음도 엉망이 되어, 손을 쓸 방편이 없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서 육체의 건강은 인생의 전부가 되는 걸까. 혼자 사는 생활, 이제 좀 지긋지긋해졌다. 2.  몇 개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회사에선 도통 여유를 부릴 겨를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밤 늦게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뿐. 올해 내내 이런 모드이지 않을까 싶다. 3. 고질적인 늦잠이 사라졌다. 출근 시간을 ..

근황

요즘은 주로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너무 좋다. 요즘은 보라매 공원에 있는, 낡은 건물의 도서관에 간다. 요즘은 저금통에서 동전들을 잔뜩 꺼내어 소비한다. 도서관 출입비 삼백원. 자판기 커피값 이백오십원. 동전으로 인생을 가리고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면도를 한다. 면도할 때마다 인생 모양으로 턱 수염이 난 것에 경악한다. 요즘은 책만 읽는다. 허먼 멀빌의 모비딕을 읽고 뽈 발레리의 산문을 읽는다. 요즘은 그림책을 많이 본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된 글을 읽는다. 요즘은 핸드폰을 잘 받지 않을 뿐더러 아예 꺼놓기까지 한다. 요즘은 하늘 볼 일도 땅 볼 일도 없이 뿌옇게 변해가는 거리만 본다. 거리 속에서 추악한 모습들을 한 영혼들을 피해다닌다. 요즘은 가슴이 텅 비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