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4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지음), 김하락(옮김), 쌤앤파커스 , 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자서전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 경영이나 경영학 같은 소재/주제에 딱히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다양한 주제, 소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내 어린 시절 풍경까지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 고향 출신의 어느 교수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오늘날 견지에서 보면 흡사 중세처럼 느껴지는 삶의 세계에 속했다. 기껏 50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랬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라고 썼다. (37쪽)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경영학자가 되었는..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이매진 그가 죽고 난 다음, 르몽드에서 한 면을 통째로 특집으로 꾸몄다. 20세기 후반기 마르크스주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있을 무렵,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인생과 학문 세계가 유력 일간지 특집으로 나온 것이다. 루이 알튀세르. 현대적 마르크스주의를 만든, 거의 독보적인 인물.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을 마르크스주의에 도입한 철학자. 하지만 그는 레지스탕스 동료이기도 했던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침묵의 세월 보내며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발표한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며, 자신의 세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도려내어 분석한다. 문장 문장 하나가 잔인하고 고통스러우며, 추억은 쪼개지며, 사랑..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지음), 오정미(옮김), 플래닛 오래, 이 책을 잡고 놓지 못했다. 아는 이(나는 이 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에게서 소개받은 이 책은, 역시 나보코프라는 찬사를 지나, 작은 기억, 혹은 그 흔적에서 시작되어 재구성되고, 형상화되며, 눈 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함, 그리고 그 뒤에 표현되는 숨겨진 의미와 고백, 또는 독백으로 이루어져, 문장은 느리게 읽히고, 자주 호흡을 가다듬게 만들었다. 그래, 이 책은 내 놀라움과 동경으로 축조된 오래된 성(城)과 같았다.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거린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을 통해 새어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19쪽) 나보코프는 러시아 태생으로 볼세비키 혁명..

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빵굽는 타자기 -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열린책들 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지음), 열린책들 우리 시대는 근대 개인주의의 어떤 극점에 와 있다. 그리고 그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설가가 바로 폴 오스터이다. 그는 어떤 인도주의나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변하지 않고, 아니 그런 것들에 심한 경멸감을 내비치면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한 순간도 냉정을 잃지 않으며 감정의 쓰잘데기 없는 부분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글은 차가우며 어떤 점에선 매우 매력적이고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이것은 과연 미덕인가, 악덕인가. 는 폴 오스터의 자서전 비슷한 것이지만, 꼭 자서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누가 알겠는가. 허구일지. 따지고 보면 진실에 기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