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2

카프카의 드로잉. 그리고

카프카의 드로잉을 한참 찾았다. 뒤늦게 발견한 카프카의 그림. 하지만 제대로 나온 곳은 없었다. 잊고 지내던 이름, 카프카. 마음이 어수선한 봄날, 술 마실 시간도, 체력도, 여유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절망하고 있다. 한 때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나를 사랑하던 존재들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어떤 물음표들이 나를 스치듯, 혹은 멀리 비켜 제 갈 길을 가는, 스산한 풍경이 슬라이드처럼 탁, 탁, 지나쳤다, 지나친다, 지나칠 것이다. 내가 보내는 오늘을, 십년 전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똑같이 내 십 년 후의 오늘을 지금 나는 상상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나를 향한 물음표가 뭉게뭉게, 저 뿌연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새벽, 여전히 사는 게 힘들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건 변하지 않았구..

카프카의 아포리즘

『카프카의 아포리즘』, 이윤택 엮음, 청하, 1989. 아포리즘을 가지고 뭔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왜냐면 아포리즘으로 문학적 완성도를 논할 수 없으며 단지 작가의 세계에 대한 짤막한 평만을 할 수 있는데, 이것마저도 다른 작품들을 거론함으로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작품이 주가 되고 이 아포리즘은 참조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은 고작 책에 대한 값어치 없는 짧은 감상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때때로 길을 가다 자신과 똑같은 버릇이나 습관을 지닌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이들은 서로의 공통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발견하는 순간 어리석은 그물로 그들의 영혼을 둘둘 만다.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말해주며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