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3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지음), 문학동네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했거나 겪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매우 비합리적이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으로 인해, 이 사회가 더 나아진 것인지 알 턱 없지만 말이다. 그 땐 몰랐다가 지금 알게 되었으니, 더 나아진 것일까. 도리어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예전보다 좋아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좋고 바람직한 변화가 있다면 그렇지 못한 변화가 있고, 그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들로 인해 세상은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이 소설은 뭐랄까, 상당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 세대들이 공유하는 경험들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지만, 언제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Close Range: Wyoming Stories 애니 프루Edna Annie Proulx(지음), 조동섭(옮김), media 2.0,2006년 잭이 말했다. "이 생각을 해봐. 나도 이번 한 번만 말하겠어. 있지. 우리는 같이 잘 살 수도 있었어, 진짜 좆나게 잘. 에니스, 네가 안 하려고 했어.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브로크백 마운틴 산 뿐이야. 거기 몽땅 다 있어. 우리가 가진 건 그것 뿐이야. 씹할 그것 뿐이라고.(...)" - 345쪽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은 앞서 읽었던 거칠고 고통스러우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끝까지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사람들의 군상들과 겹쳐져, 위 문장 쯤에선 눈물이 나올 정도다.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라니! 아마 한국에서 특정 지역을 소재로 ..

신정아

사람을 만나 몇 마디 해보면 이 사람, 능력 있는지, 능력 없는지 대강 알게 된다. 그리고 학교같은 걸 물어보았을 때, 능력에 비례해 좋은 학교를 나왔으면 우수한 것이고 능력과 무관한 학교나 전공을 가졌을 때, 그 사람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나 심지어 나까지도 그 사람을 한 번 쳐다보게 되고 같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실은 후자의 사람을 만나,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신뢰(Trust)'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사회다. 작가는 믿고 화랑이나 갤러리에 작품을 내다 걸며, 컬렉터는 화랑이나 갤러리를 믿고 작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그 '신뢰'를 얻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일부를 속이고 다른 이들을 속였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