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고딕 3

비토레 크리벨리, <알렉산드리아의 성 카타리나>

라는 템페라화로 베네치아의 화가 비토레 크리벨리(Vittore Crivelli, 1444 ~ 1501/1502)의 작품이다. 149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며, 후기 고딕의 자연주의와 초기 르네상스의 화풍이 드러난다. 실은 양식상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서, 학자들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지역적으로 이탈리아에 속한 관계로 초기 르네상스 작품으로 보아야 하지만, 자연주의적 표현이 두드러지긴 하나, 인물의 표현에 있어서 르네상스 특유의 생동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 고딕 자연주의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성 카타리나는 4세기 경의 카톨릭 순교자로 알려져 있으나, 그 역사적 사실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알렉산드리아 총독의 딸로서 학자이며 카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카톨릭 박해로..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자화상(Self-portrait)

우연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자화상들을 보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과의 그 결이 다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역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뒤러는 참 특별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에는 르네상스 세속주의도 드러나지만, 그와 함께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후기 고딕적 요소에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he Arnolfini Portrait (or The Arnolfini Wedding, The Arnolfini Marriage, the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or other titles) Jan van Eyck,..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와 초현실주의

노트를 정리하다가 메모 해놓은 것을 옮긴다. 수지 개블릭의 당연한, 하지만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에 대한 지적이다. 보스와 초현실주의를 연결짓는 것은 설명의 용이성 탓이지, 실제로 보스가 초현실주의와 관련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오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스의 작품은 지극히 후기-중세적이고 고딕적이다. 신의 세계가 가졌던 호소력이 이른 아침의 안개처럼 정오를 향해가면서 사라져갈 때, 그 안개를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스의 작품은 먼저 중세말, 근대초의 심리적 방어를 위한 공포적 상상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의지를 강제할 외부의 제어 수단을 바라기 마련이다. 중세 사람들에게 신의 세계란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었고, 보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