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전 세계 미술 시장은 그야말로 대단한 호황이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옥션, K옥션을 비롯하여 수십개의 아트 옥션 회사가 생기고 새로운 갤러리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소리소문없이 아트 옥션 회사가 문을 닫고 갤러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사람들은 그러한 호황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미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올까? 2006년, 2007년과 같은 시기가.
나는 단호하게 그런 시절은 오지 않고, 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미술 작품을 오직 투자 목적으로 접근했을 때, 실패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어찌 어느 순수한 영혼의 치열한 결과물을 돈으로만 환산하고 접근하려고만 드는 태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술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나 계량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나는 현재의 한국 미술 시장의 수준이 정상에 가까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IMF이후 한국 기업의 체질 강화가 이루어졌듯이 한국 미술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세 주체 – 작가, 갤러리, 컬렉터 – 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주제 넘게 아직 경험이 일천한 내가 나설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실은 며칠 전 서울오픈아트페어에 갔다 왔다. 눈에 작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수선한 요즘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실은 세계 미술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작가와 작품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국에서 그런 작가를 만나기도 어렵고 그런 작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대형 갤러리 전속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소형 갤러리는 경쟁력 있는 작가를 만나기 어렵고, 그런 작가를 찾아 다니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술 시장 바닥을 나와 회사를 다니는 것이 홀가분하기는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한 번 해보지 못한 게 미련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러다 보니, 조만간 새로운 미술쪽 일을 하나 해볼 생각이다. 잘 될 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