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하련 2003. 9. 10. 11:1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음, 웅진닷컴



잊혀져버린 이들, 한국의 아나키스트.
이런 감상적인 문장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 언급되는 대부분의 이들이 우리에겐 낯설며, 그 이유가 그들이 아나키스트라는 데에 있다. 오직 단재 신채호만이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아나키스트들은 좌우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을 무슨 이유로 구입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전에 읽기 시작하며 단숨에 다 읽어버렸으니, 책 읽는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은 명문가 출신의 이회영과 그들 가족이, 그를 둘러싼 여러 아나키스트들이 어떻게 독립운동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그들의 독립 운동보다는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독립 운동 조직들과의 반목과 암투였으니 이 책을 사서 읽으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또한 아나키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도 아니니, 아나키즘 때문에 사서 읽으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단지 언급되지 않은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독립 운동의 실제 면면들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 나의 경우처럼 반목과 암투만 눈에 들어와 씁쓰리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제 치하의 독립 운동 때 한인들을 도와주거나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일본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왜냐면 우리는 일본에 대한 적대심만을 교육받는데, 실제로는 이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 운동가를 밀고한 친일파들이 더 먼저인데 말이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일본 속에서 식민지 조선을 도와주었던 일본인들에 대한 관심을 키울 필요는 있지 않을까.

“드디어 1931년 10월 말, 상해의 프랑스 조계지에 모인 한,중,일 세 나라의 아나키스트들은 ‘항일구국연맹’을 결성했다. 이회영, 정화암, 백정기 등 일곱 명의 한국인과 왕아초, 화균실 등 일곱 명의 중국인, 그리고 사노, 이토 등 일본인 아나키스트들이 참여했다. 항일구국연맹은 기획부, 선전부, 연락부, 행동부, 재정부 등 5부를 두었다. 이회영이 의장 격인 기획위원을 맡았고 왕아초가 재정부를 맡았다.”
- 239쪽.



*) ‘젊은 그들’이라는 단어가 무척 상투적으로 여겨진다. 추측컨대, 편집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우습다. 이런 단어가 매출에 기여한다면 말이다.



***********************



내 사상적 경향이 아나키즘에 가까워, 아나키즘에 대한 국내 저서 및 역서를 모아 정리해 보았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 권씩 소개하는 리뷰를 올릴까 한다.

다니엘 게렝 저, 하기락 역, <아나키즘>, 1985. 중문출판사
조지, 우드코스 저, 하기락 역 <아나키즘> 사상편, 1975. 형설출판사.
크로포트킨 저, 이을규 역, <현대과학과 아나키즘>, 1973, 창문사,
폴 애브리치 저, <러시아 아나키스트 1917>, 1989, 예문
오장환 저, <한국아나키즘운동사> 1998, 국학자료원
김영범 저, <한국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 1997, 창작과 비평사
김명섭 저, <재일 한인 아나키즘운동 연구>, 2001, 단국대학교 사학과 박사학위 논문
크로포트킨 저, <어느 혁명가의 회상 - 크로포트킨 자서전>, 도서출판 한겨레, 1985.
E.H.카 저, <반역아 미하일 바쿠닌>, 종로서적, 1989
엠마 골드만 저, 김시완 역, <저주받은 아나키즘>, 우물이있는집
이호룡 저, <한국의 아나키즘>, 지식산업사
로버트 폴 볼트 저, 임흥순 역, <아나키즘 국가권력을 넘어서>, 책세상
조세현,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 책세상
야마다 쇼지 저, 정선태 역, <가네코 후미코 :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 제국의 아나키스트>, 산처럼
로버트 노직 저, 남경희 역,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문학과 지성사
구승회 등저, <아나키 환경 공동체>, 모색
H.M.엔첸스베르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