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빈털터리 반 고흐, 갑부 피카소

지하련 2010. 12. 18. 22:47



어느 세미나에 가서 '왜 피카소가 반 고흐보다 돈을 잘 벌었는가'라는 아티클이 HBR에 실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았다. 실은 HBR에 실리지 않았고 MIT슬로안리뷰에 실렸다. 제목은 'Why Picasso Outearned van Gogh'였다.

요즘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내 터무니없는 오지랖을 한 곳으로 모아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렵다. 예술과 경영은 참 멀리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들짝 놀라 관련 아티클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그 아티클은 내가 읽었던 아티클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기억력 탓이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며 건성으로 넘기는 탓이 더 크다. 


미국 에모리 의대의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 교수인 그레고리 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반 고흐는 외톨이였던 반면에 카리스마를 지닌 피카소는 다양한 사회집단의 활동적인 멤버였기 때문이라는 것. 사회 네트워크 과학의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반 고흐는 독립적인 '노드(node)'여서 연결이 별로 없었다. 반면에 피카소는 다양한 사회적 계층으로 확장되는 광대한 네트워크에 포함된 '허브(hub)'였던 것이다. 

번스는 새 저서인 '우상파괴자: 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다르게 생각하는 법'에서 두 예술가의 차이를 논한다. 그에 따르면 반 고흐의 예술 세계와 세상 사이의 주요 연결점은 그의 동생이었지만 이 연결은 그의 생활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만큼의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 반면에 피카소는 수많은 연결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피카소는 광범위한 사회 네트워크는 예술가, 작가, 정치가 등을 포함했다. 이는 몇 사람만 건너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 앨던 M. 하야시, '빈털터리 반 고흐, 갑부 피카소' (번역. 오영건), 동아비즈니스리뷰 Vol.23 
(번역 중에 고흐의 형을 고흐의 동생으로 고쳐 옮긴다. 고흐의 형은 없고 동생 테오가 있다.)  




위 인용문을 읽어보면, 그 아티클은 책 소개였고, 피카소와 고흐의 차이는 예술 세계라기 보다는 인적 네트워킹의 차이였던 것이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어긋났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피카소와 고흐를 인용하면서 뭔가 있는 것처럼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혹평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나에게는 없는 재능임을!) 

그레고리 번스의 이 책은 이미 한국에 번역되어져 나왔다. '상식파괴자'라는 제목을 달고. 직역하자면 '우상파괴자'가 되어야 할 텐데, 다소 거부감이 들고 학술적인 느낌이 강해 '상식파괴자'로 옮긴 듯 싶다. 밀려있는 책들을 읽고 난 다음,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읽지 않은 책을 소개해도 무방할 것같다. 목차만 봐도 강추할 만한 책임에 분명해 보인다.



상식파괴자 - 8점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정미 옮김, 정재승 감수/비즈니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