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아트링크

지하련 2011. 2. 10. 00:33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2011. 1. 25 - 2. 13, 아트링크 www.artlink.co.kr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므로 민속학적 지식의 재료가 되는 '세부들'을 단번에 보여준다. - 롤랑 바르트




1952년생인 최재영은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동안 미디어에서 사진 기자 생활을 해온 터라, 평생을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나, 개인전이라고 할 만한 전시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첫 개인전으로 백남준을 내세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사진은, 2006년 1월 29일 작고한 백남준의 5주기를 맞이하여,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최초로 공개하는 백남준의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다.

1990년 7월 20일,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이 날, 백남준은 서울 현대화랑 마당에서 요셉 보이스를 기리며 행위 예술로서 굿을 선보였고, 이를 찍은 것이다. 



이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현대 행위 예술에 있어 대표적인 그룹이었던 '플럭서스'의 멤버였던 백남준의 예술 행위를 사진으로 옮긴 것이라는 점이다. 이전과 다르게 사진은 현대 예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매체이자 소재로 인정받고 있는 요즘, 최재영의 사진 작품이 주는 시사점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의 시간적 예술(행위)를 정지된 화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일종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해석이며 재창조로까지 승화된다. 

하지만 이렇게 깊이 들어가지는 말자. 우리는 다시 백남준을 떠올릴 수 있고, 백남준이 있는 사진을 보며, 예술가와 사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관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프닝과 샤머니즘은 하나의 예술의 행위를 띠고, 다른 하나는 제식적 형태를 띨 뿐, 기본 원리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굿도 볼거리도 제공하는 일종의 공연예술이며, 해프닝이나 굿이나 모두 자기 정화라는 치유적 기능을 갖는다. 또한 무당도 아방가르드 못지 않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더구나 굿이나 해프닝이나 모두 관객의 참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적 매체들이다. 결국 해프닝은 샤머니즘의 현대적 표현으로서, 해프닝의 수행자, 특히 어려서부터 굿판을 보고 자란 백남준은 첨단의 아방가르드인 동시에 전통 무당이 되는 것이다. 
- 김홍희
 



tip. 전시 관람 가이드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에 대해서 별도로 공부를 하고 가면 좋겠지만, 이는 어려운 종류의 일이 될 것이다. 미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 해프닝이나 행위 예술에 대한 이해나 감상은 전혀 다른 종류다. 대신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해프닝이나 순수 미술 작품에 제의적 성격을 본격적으로 부여하기 시작한 이가 요셉 보이스라면, 동양적 태도에서 서구를 받아들였던 백남준에게 굿도 일종의 행위 예술로 보였던 것이다. 굿이 가지는 본질적인 예술성에 주목한 것이다. 백남준에게 굿은 하나의 예술이다. 그리고 이 예술 행위를 찍은 사진들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