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John La Farge, 19세기 어느 미국 화가의 순박한 작품 속으로

지하련 2011. 4. 15. 11:20



전시를 보러 가지 못한 지 2주가 지났다. 이쯤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그나마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근사한 미술 작품을 만날 때이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서 월 회의를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페이스북을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장품 소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래의 작품이다.

The Great Statue of Amida Buddha at Kamakura, Known as the Daibutsu, from the Priest's Garden


1886년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존 라 파지(John La Farge)가 1887년 완성한 수채화다. 푸른 잎들과 대비되어 드러나는 부처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부처 앞을 가리고 있는 구조물도 꽤 흥미롭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현장감이랄까, 생생함이랄까.

일본에 있는 저 불상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져, 한 번 찾아보았다.

http://www.panoramio.com/photo/14115988


백 년 수채화와 지금 불상의 모습은 별반 달라지 않았다.

존 라 파지(John La Farge, 1835 - 1910)은 19세기 미국 화가로, 당시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화풍을 선보였다. 유화, 수채화, 잡지나 책의 일러스트, 벽화, 스태인드 글라스 제작자 등을 활동하였으며, 심지어 예술과 여행에 대한 책까지 쓴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 뚜렷한 흔적을 남긴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보자.


Portrait of Faase, the Taupo of the Fagaloa Bay, Samoa
1881

위의 작품에서도 느껴지듯, 그의 색채는 순박하다. 얇게 깔리는 터치는 부드럽고 순수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위안이 된다. 부처가 그랬고,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이 또한 그렇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끔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미술 작품은 무조건 실제로 봐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순박하다'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단어 말고 다른 단어가 필요할 것같은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