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느 일기

지하련 2011. 4. 23. 21:10



1.
화요일이었나, 아니면 월요일이었나... 봄비가 내리는 서울역 맞은편 카페에 잠시 앉아 있었다. 어수선한 거리 분위기와 달리 카페 안은 조용했다. 창 밖 우산의 색이 밝고 화사하게 보여, 불투명한 우리 삶과는 대비되어 보이는 오후였다.

지난 십년 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꼈던 삼십대였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그건 내 주업이 아니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지만, 그것도 이젠 주업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뭔가 가치 있는, 특히 예술계에세 기여할 수 있는 어떤 사업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긴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나,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2. 
요즘 심하게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결국 이빈후과를 갔다. 나는 어느 새 몸의 균형, 육체의 수평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주일이나 이주일 이상의 요양과도 같은 휴식이 요구되었다. 

어느새 토요일이고 어느새 나는 마흔을 향해 있었다. 

커피 한 잔과 작은 노트북. 근사하지 못한 내 일상을 증명하는 기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