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8월의 어느 주말, 그리고 근황

지하련 2012. 8. 7. 08:05



마치 21세기의 새로운 목표를 40도로 잡은 듯, 서울 8월 기온은 연일 40도까지 올라가는 듯하다. 이런 더위, 낯설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현관을 나가면, 밖에 절정에 이른 아열대성 더위 속에 야자수들이 길게 뻗어 있고 빽빽한 녹색으로 우거진 숲이 펼쳐질 것같다고 이야기하자, 아내가 너무 낙천적이라며 웃었다. (진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 온 기분이 든다.)


낙천적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처음으로, 한 페이지의 글도 읽지 않았다. 실은 서재가 너무 더운 탓이다. 무거워져 있는 머리 탓이기도 하다.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책을 읽으려고 하면 8개월 된 아들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탓에 읽지 못하고 거실에서 빈둥빈둥 거렸다. 


최근 힘들게, 두 개의 글을 연기된 마감 기한을 끝까지 채우고 보냈다. 최근 들어 원고 마감을 심하게 어기는 법이 없었는데, 이번엔 너무 심했다. 


이번에 쓴 두 개의 글 주제는 '상대의 마음을 얻는 협상법', '부하에게 효율적으로 화내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글의 방향 잡기가 어려웠다. 글이란 자기가 알고,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실용적인 내용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고민이 많았고 예상 밖으로 내가 참조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았다. 책 몇 권 읽은 것이 다였으니.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이가 들수록 반성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때 '나이 들어 반성하는 나'를 무척이나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젊을 때의 반성은 종종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희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이 들었을 때의 반성은 이제 세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가족과 조직에 대한 책임감으로 반성한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강한 실행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 (실은 나이 들어 반성하면서, 그걸 되풀이하는 부끄러움을 아는 탓일테지만) 


나에게 제법 큰 변화가 생겼는데, 8월 하순부터 다른 곳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출근하기 전, 먼저 명함을 요청했다. 그 사이 뵙지 못한 분들께 연락하고 안부라도 전할 생각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업무 인수 인계를 진행 중이다. 사장도 아니면서, 지금 있는 회사 걱정 하는 내 자신이 우습긴 하지만, 여하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꺼운 업무 인수 인계 문서를 작성하고 파일은 업무 폴더별로 정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얻게 된 연락처 목록, 이메일 기록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프로젝트 협업사 담당자는 '나가시는 분이 너무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웃었다.


요즘 부쩍 책이 읽히지 않고 글이 씌여지지 않는다. 머리는 무겁고 마음은 걱정스럽고 몸은 더위에 지쳐 현기증까지 돈다. 나이 들어 이직하는 것이 엄청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이직의 시대다. 박지성이 자리를 옮겼고, 마리사 마이어가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겼다(ㅡ_ㅡ;;). 


여름 휴가 기간 동안, 미술 비즈니스를 끝내고 들어간 IT 기업에서 최선을 다해 부딪힌 4년의 고민들을 정리하고(여기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령, 성과중심주의, 효율적인 조직 구성과 Team제, 주간회의 운영법, 조직 갈등과 CEO의 역할, 벤처 기업(중소기업)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 작은 기업을 위한 인력 충원 전략 등), 예전부터 정리해보려고 했던 경영 주제들 - 전략적 아웃소싱, 기업 전략과 혼다 효과(Honda Effect), 자원기반 관점에서의 기업 경영 등에 대해 읽고 메모하기, 최근에 알게 된(너무 늦게 알게 된 주제인) Lean Startup에 대한 스터디 등을 해볼 생각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맡게 될 업무들에 대해서 준비할 것이다(너무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