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전략경영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 불확실성 경영

지하련 2008. 11. 23. 12:41


2007년 초에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최근 경제 불황이 왔고 이번 동아비즈니스리뷰의 특집도 '불확실성 경영(Management Under Uncertainty)'이네요. 이에 예전에 적었던 글을 한 번 들춰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불확실성(uncertainty)이 지배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 어제의 강자가 오늘의 약자로, 또는 재기 불능의 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시장에서 검증 받지 않은 낯선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직원 2-3명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되기도 한다. 이제 기존의 탄탄한 사업 역량으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그만큼 비즈니스 환경이 빨리 변화하고 어디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환경의 복잡성(Complexity)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 날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되는 것일까.


불확실성의 미래 경영

기업 비즈니스의 여러 환경들이 가진 불확실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나 대응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것을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10년 후의 미래, 50년 후의 미래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경영 문제로 인해 늘 우선수위에서 밀리기 일쑤이다.  그리고 오늘 일만 생각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인 기업 경영진들에게 먼 미래의 일은 관심사 밖에 위치한다. 하지만 불과 5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국내 시장, 해외 시장의 구분이 없어진 지금, 우리는 오늘만 생각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한 번 우리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우리는 현재를 제대로 분석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일까, 라고. 지금 현재의 기업 모습은 과거의 여러 경영 활동과 성과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즉 과거들이 모여 현재가 되고 현재들이 모여 미래가 된다. 과거, 어떤 일을 어떻게 추진했느냐에 따라 현재의 모습이 결정되고 현재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미래의 준비는 과거와 현재로부터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모여 그 기업의 미래 모습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영 활동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즉 현재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를 통한 전략 수립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 또는 기업의 미래 모습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의 현 시점의 분석과 전략 수립은 지금 당장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5년 후, 10년 후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먼저 중장기적 관점 속에서 기업의 미래 모습에 대한 비전이 명확히 수립되어 있어야 하며, 이 수립 과정에는 기업의 전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고 수립된 비전은 전사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그리고 이러한 비전 수립과 공유는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 비전 수립이 소수의 경영진에 의해 수립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수립된 비전의 전사 공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 미래 전략에 대한 조직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 형성, 합의와 동의,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다.)

수립된 미래 비전을 기반으로 현재 상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고객, 경쟁기업에 대한 조사와 분석, 자사의 역량 분석, 그리고 산업 전반에 대한 조사와 트렌드 분석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은 실제적인 실행 전략 수립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은 아래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게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발생가능성이 높은 순서대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이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전략을 수립하거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거저 희망사항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즉 시간적으로, 또는 예측가능성 정도로 미래의 종류를 나누고 각 미래 별로 각 다른 전략을 수립해야만 하는 것이다. 199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Strategy Under Uncertainty’를 보면 다가올 미래를 4가지로 나누어 각 미래에 맞는 분석과 전략을 수립하기를 권하고 있다.
(아래의 분석 방법과 전략 수립은 중장기 비전과 전략 아래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1. 예측 가능의 미래(A clear enough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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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전략을 명확히 수립할 수 있을 정도의 분석이 가능한 미래의 수준을 의미한다. 이 경우 우리가 익히 알 수 있는 분석방법과 전략 수립 방법론을 통해 경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전략 수립이 가능한 업종은 현재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2. 선택 대안의 미래(Alternative 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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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할 수 있는 여러 환경 변화에 대해 기업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수의 전략 수립이 가능한 경우이다. 기업의 신규 시장이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든가, 대규모의 시설 투자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시나리오 기법이 자주 사용된다.
(Issue Tree를 통해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선택 가능한 대안 전략들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가능성, 자사에 미치는 영향 정도 등의 여러 고려 요소를 바탕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 실행할 수 있겠다.)


3. 발생 가능한 범위 내의 미래(A range of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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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이나 새로운 제품 개발을 통한 신규 시장 창출 등에 해당되는 미래의 수준이다. 이 경우, 명확한 대응 전략 수립이 다소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발생 가능 범위 내에 굵직굵직한 전략 방향을 수립한 후, 시장 변화에 맞춘 발 빠른 대응 전략 수립과 실행이 요구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전략 과제 수립보다는 기민하고 빠른 의사 결정 구조 수립이 요구된다. 발생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전략 방향 아래의 전략 과제들은 신속한 상황 분석과 판단, 이에 따른 전략 과제 수립 / 실행 / 수정의 과정이 요청될 수 있겠다.)


4. 완전히 모호한 미래(True ambigu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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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가령 인터넷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정성적(qualitative) 분석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전략 방향 수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해야 할 미래이다.
(이 수준이 되면, Back To Basic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개별 기업에만 영향을 준다기 보다는 업종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해야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기업은 드물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 때, 예측 가능한 단기적 미래에서부터 예측은 어렵지만, 기업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장기적 미래까지, 각 미래에 맞는 전략 수립을 통해 기업의 미래 성장과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 참고: Hugh Courtney, Jane Kirland, and Patrick Viguerie, Strategy Under Uncertainty,(Harvard Business Review, 10-11, 1997)  (아래 링크를 통해서 pdf 파일을 구할 수 있다.)
www.civ.utoronto.ca/sect/coneng/tamer/Courses/1299/Ref/strategy%20under%20uncertainty.pdf



* 불확실성 경영에 대해 매우 유용한 지침이 될 만한 책인데, 품절이다. 재출간되기를 기대해보자. 내가 참고한 논문이 번역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동아비즈니스리뷰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다.

불확실성 경영 - 8점
휴 커트니 외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