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서술된 책이다. 보수주의적 역사책이라고 할까. 이 반대에 서있는 학자가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다. 카가 보이지 않은 어떤 거대한 흐름을 믿었다면, 마르크 블로크는 '실제 사람들의 흔적과 작은 역사(사건)들'에 주목했다.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불온서적으로 했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공부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동일하다. 그것이 보수주의적이든, 자유주의적이든, 사회주의적이든.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역사 공부를 하지 말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도 이와 동일한 선상에 놓여져 있다. 우리는 그릇된 생각을 가진 몇 명이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을 참으로 태평하게 바라보는 다수의 언론 종사자들과 익명의 대중들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