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15년 7월의 한국

지하련 2015. 7. 18. 06:53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은 절망적인 나라가 되었다. 어쩌면 천천히 우리 모두 절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실은 나는 여기에 대해 매우 '황당하다'는 느낌 밖에 없다. 뭐랄까, 상식과 교양을 가진 이들이 자리에서 다 밀려나가고 월급쟁이 철면피들만 언론과 공중파에 남아 사람들을 호도하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그 때 그 사람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번화한 거리에서 만나는 장년층들에게선 한국 개인주의의 극단화된 이기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던 택시 기사를 위해 이제 한국은 고성장은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고 그건 그만큼 한국이 경쟁해야 하는 세계가 20년 전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계단에 올라와 있다고. 노무현 정부는 경제적으로 선방하고 있고 원래 토론이라는 과정은 시끄러운 것이며 그러면서 사회는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택시 기사 아저씨를 어느 정도 설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정권 말기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노무현 정부 때리기에 나섰던 그 때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비판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진보의 비판에는 기준이 없다. 그리고 한국 보수는 보수의 기준을 버린 지 오래다. 


한국은 청춘들에게 있어 최악의 국가가 되었다. 중소,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가 10년 정도 저축을 해서 집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왜냐면 집을 가진 이들 대부분은 장년층들이고 그들에게 최악의 경우란 바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도 빚을 내어 집을 샀고, 집값이 떨어지면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집값은 아주 천천히 내려가면서 안정화되어야 한다. 즉 몇몇 집들을 제외하곤 투기의 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집값으로 사용하게 된다. 빈부격차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이 집을 소유할 때쯤 되면 어느 새 집값이 더 올라가 있고, 다시 빚을 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죽을 때까지 집을 소유하지도 못한 채 죽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녀들은? 


그리고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5-60대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믿는 바란, 오직 집값이다. 자신들보다 더 이기적이라 여기는 자녀들에게 집을 물려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