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데보라 레비Deborah Levy가 이야기하는 다섯 권의 책

지하련 2018. 10. 8. 12:59



이젠 습관이 된 탓에 시간의 여유만 생기면 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글들을 수시로 프린트해서 읽는다. 며칠 전에 읽은 인터뷰에 몇 권의, 인상적인 책 소개가 있어 옮긴다.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 내가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다소 미안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로 사회 참여를 강하게 외쳤던 오드리 로드, 영국 출신이면서 20세기 초반 초현실주의 세례를 받은 화가이자 소설가 레오노라 캐링턴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였다. 셜리 잭슨은 이미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기도 한, 고딕 호러 분야에 있어선 최고의 소설가였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데보라 레비는 흥미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녀도 이미 영국의 부커상 최종 후보로 여러 번 올리기도 한 극작가이면서 소설가였지만, 국내에 알려지지 못한 건 마찬가지. 


이 짧은 포스팅으로 몇 명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 본다. 데보라 레비의 소개를 바탕으로 


Deborah Levy: Five Books that Unsettle Boundaries. (데보라 레비: 경계들을 흔드는 다섯 권의 책들) 

데보라 레비는 영국의 극작가이면서 소설가이다. 몇 번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오르기도 한 그녀는 자기에게 영향을 준 다섯권의 책을 이야기한다. 



Audre Lorde, <Your Silence Will Not Protect You>  

오드리 로드는 알지 못했다. 미국 흑인 운동과 페미니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 중 한 명인 그녀는 흑인이면서 여성 동성애자로의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기도 했다. 위 책은 오드리 로드의 시와 에세이를 모아 만든 책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오드리 로드의 책 한 권이 번역되어 나왔다. 



Leonora Carrington, <The Hearing Trumpet>

레오노라 캐링턴(1917~2011)도 처음 알았다. 영국 출신의 멕시코 화가이자 소설가다.  막스 에른스트의 연인이기도 했던 그녀는 2차 세계대전 중 멕시코로 이주하였으며 그 곳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이 책은 92살의 Marian Leatherby의 이야기로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이다. 



Gertrude Stein, <Picasso> 

워낙 유명한 책이라 번역되었을 것이라 여겼지만, 번역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거트루드 스타인이 쓴 <피카소>는 피카소가 그려젼 스타인의 초상화를 책 표지로 사용했다. 미국 문학사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한 명이지만, 정작 소설가로서 유명하기 보다는 위 작품으로 더 유명해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의외로 국내에 번역되지 못한 작가들 중 한 명이다. 



Shirley Jackson, <The Haunting of Hill House> (2014년 한글 번역 출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들 중 하나로 인정받는 <힐 하우스의 유령>. 데보라 레비는 소설가 셜리 잭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I admire the skill of Jackson's plotting, the sly ways in which she creates suspense, and her deceptively plain but always compelling writing.'  



John Berger, <And Our faces, My Heart, Brief as Photos> (2004년 한글 번역 출판)

존 버거의 책이다. 존 버거의 다른 책들에 비해 특별하게 감동적이라고 여겨지진 않았으나, 데보라 레비에게 있어서 이 책은 인생의 책에 가까워 보인다. 존 버거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