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가을을 준비하는 어느 일요일, 그리고

지하련 2019. 8. 25. 11:31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고 파랗다. 이번 여름은 사무실과 집만 오갔다. 그 사이 한일갈등은 극에 다달았고, 언젠가는 이런 국면이 펼쳐지리라 예상되었으니,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면서 현대적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로 지쳐만 갔다. 그 스트레스 속으로 한일갈등은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한국의 언론은 우리가 그들을 향해 기대하는 기능의 절반 이하로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일갈등도 그러한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 20%도 되지 않을 듯 싶다. 저 정도의 호들갑이라니. 박근혜 정권 때 저렇게 해주었으면 나라가 지금보단 훨씬 더 나아져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정권에서의 잘못된 외교 관계와 여러 협약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극우적 태도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고, 미국의 입장에서 아베의 성향은 잘 이용하면 많은 것들을 동북아시아에서 얻어갈 수 있다. 그러니 일본보다 한 수 아래라 여기는 한국을 압박하여 일본과 한 통속을 만든다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런 관계가 되기엔 일본 정부의 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것은 일본 정치인들의 몇 번에 걸친 반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반성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미래를 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한국의 일부 언론과 보수의 가면을 쓴 야당은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것에 동조하는 일부 지식인들까지.   


그동안 읽어온 몇몇 기사들을 보며 추측해본 바,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인민군 열병식 참석으로부터 시작된 듯 싶다. 서방 선진국 국가 정상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이 자리에 그녀만 참석했고, 이러한 행동이 미국에겐 상당히 이례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때 미국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였으며, 일본과의 반 강제적인 지소미아나 위안부 협상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압박과 중재 속에서, 일본의 협박(소재 수출 중단, 일본 투자 자본 철수 등) 속에서 일련의 협약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실은 지소미아가 없어도 상관없다. 한-미 공조 속에서 일본은 필요한 정보를 미국을 통해 얻어가면 된다. 지소미아 종료가 엄청 대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식민지 시대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한국이 일본에게 군사 정보를 준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를 이를 진행했다(이명박 정부에게도 지소미아 요청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정신이 있는(실제론 시스템이 있는) 정치 조직이라면, 이를 막아야만 했다. 위안부 협상도 마찬가지다. 실은 그랬다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국을 시끄럽게 하는 이 외교적. 경제적 갈등의 빌미를 제공해준 자유한국당을 보면 참 노답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한일 갈등은 양국에 좋지 않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된다는, 교과서적 이야기만 해대는 언론들을 보면 한심할 뿐이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는데,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니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실은 이번 사건은 나에겐 다소 생소하고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본사람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느 신문의 칼럼에선가, 한국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 '세금을 왜 올려?'라고 묻는데, 일본 사람들은 '세금을 또 올려? 그런데 언제부터 올리는 거야?'라고 묻는다고 한다. 거친 일반화일테지만,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달랐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한국이 중국 아래 국가였던 적은 조선 시대 뿐이었다. 끊임없이 중국과 대응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 점에서 조선 시대의 상처는 꽤나 깊고 우울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그것이 궁금해 일본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일본 소설들을 꽤 읽었던 탓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번에 전혀 몰랐음을 깨닫고 몇 권을 추려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읽는 대로 리뷰를 올릴까 한다. 


가을 바람이 부는 일요일이다. 다들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