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지하련 2019. 10. 15. 23:58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 

카를로 로벨리(지음), 이중원(옮김), 쌤앤파커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26쪽) 


결국 우리가 이해하는 바 '시간'이란 없고 그냥 나의 시간, 너의 시간, 지구의 시간, 화성의 시간 등등 질량에 종속된 시간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는 그저 착시 현상일 뿐이며, 끔찍한 사실 하나는 이미 미래는 거기 있어야만 한다. 정해진 바대로 시공간들이 나열해있을 뿐인데, 우리는 시간을 오직 현재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시공간 전체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카를로 로벨리는 마치 철학서처럼, 문학이론서처럼 설명하고 있다. 현대과학은 낭만주의 과학이라고 한다면, 그건 이론물리학의 경향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 쿤이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과학자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지만, 그래서 양자도약이라든가 불확정성이라든가 하는 건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무참히 허무해진다. 


현대철학자들이 문학주의를 표방했듯이, 현대과학자들도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일까. 극단적인 미시의 세계에서는 인과율이 무시되며, 그 어떤 것들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존재하고, 반대로 저 우주로 나가면 시간이란 없고 서로 마주치지 못하는 시간들만 있다. 먼 훗날 우리가 이 세계를 벗어나게 되었을 땐 어떤 모습일까. 


신은 시작과 끝이 있는 이 세계를 평면으로 보는 존재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현대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바, '시공간'에 대한 설명이었던 셈이다. 


이 책을 추천하지만, 간단하게 아래 두 동영상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10점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