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햄릿과 오필리어

지하련 2020. 7. 12. 17:42




오전의, 텅 빈 카페의 빈 의자 위로 내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나온다. 

그 마음 위로 누군가의 시선이 닿고 어떤 이들의 수다와 몸짓들이 내려 앉을 때쯤 

그제서야 내 자유의지로 숨 쉬기를 시작할 것이다.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겠지만, 

낯익은 결론, 예상되었던 비극, 인과율적인 종말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유로 그것을 거부하는 용기를 꿈 꾼다. 


햄릿 이후 꿈마저도 죽음과 맞바꾸어야 하는

인생의 숙명같은 것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 햄릿이 아니고, 너는 오필리어가 아니다. 


불륜같은 사랑을 하고, 천생연분같은 결혼을 하고 

신탁으로 낳은 자녀들 속에서 잠들지도 모를 일. 


그리고 눈을 뜨면, 오후가 되었고, 아직 카페 안이지만, 소리없이 소란스러워져 있고, 

길거리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두 눈을 치켜뜨고 내 앞을 지난다. 


그래, 나는 그 때 이후부터 지금까지, 

햄릿과 오필리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