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지하련 2020. 12. 8. 01:01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피터 드러커, 프랜시스 헤셀바인, 조안 스나이더 컬(지음), 유정식(옮김), 다산북스 



책 초반부를 읽고, 혼자 읽는 것보다 팀 구성원들과 함께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잠시 미루어 두었다. 때로 혼자 읽기 보다 같이 읽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책이 있다.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은 그런 책들 중의 하나다. 하지만 사내 책읽기 모임을 준비하던 중 나는 구멍난 IT프로젝트의 수습 PM으로 고객사 파견을 나가고 말았다. 앞서 있었던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량이라든가, 프로젝트 멤버들의 태도에 대해서 이미 많은 (악)평을 듣고 그 프로젝트에 들어갔지만, 다소 의아스러웠다. 그들은 나보다 관련 업무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IT 프로젝트 경험으로만 보자면 다들 나보다 훨씬 많았다. 나는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긴 했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기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못한다고 여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잘한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나보다 경험많은 이들이 수행하던 일들이 나에게 넘어오게 되는 걸까. 왜 경험이 많고 적음은 그 사람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평가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또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수도. (그런데 IT 프로젝트에서 팀원을 구성할 때 다른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사람들의 프로젝트 경험을 묻는 것일까?) 


어떤 일이건 결국 사람의 문제로 넘어오게 된다. 한동안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에 대한 책들만 읽기도 했는데, 기업이나 조직의 전략 따위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걸 수행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은 후였다. 반대로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전략이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그것을 수정해가며 최고의 성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아니라서, 어느 때부터 읽기를 그만두었다. 조직에서의 내 한계가 분명했다. 내가 그 분야에 역량을 키우고 지식을 쌓는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사람에 관해서는 첫째로는 리더(대표이사, CEO 등)의 태도, 관심, 열정이 중요하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기업 문화가 두번째였다. 중간관리자로서의 나는 사소한 영향력만을 가질 뿐이었으며, 조직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보였다. 아마 그 때쯤이었던 것같다. 뭔가 실행하기 보다는 먼저 나부터 솔선수범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이것도 최선은 아니지만,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가까워보였다)

 

리더십이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느냐의 문제라는 걸 잘 알아야 한다. (226쪽) 


하지만 이것도 잠시. 늘 눈 앞에 닥친 문제를 고민하지, 먼 미래를 향한 방향이나 조직의 가치나 미션 따위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이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내가 놓쳤던 것을 되새기게 된다(적절한 시기가 지난 후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나는 내 실수를 복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렇게 우리들이 쉽게 놓치게 되는 (조직에서,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 가치들, 방향들에 대해 적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이 읽기에는 당연한 말들만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혼자 반복해 읽는 책이 아니라 같이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묻고 개인과 조직의 방향을 모색할 때 요긴한 책이었다. 

 

1. 미션은 무엇인가?  -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2. 고객은 누구인가? -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3. 고객가치는 무엇인가? - 그들은 무엇을 가치있게 생각하는가?

4. 결과는 무엇인가? -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5. 계획은 무엇인가? -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결국 혼자 읽고 이렇게 간단한 감상평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피터 드러커에 기대어, 각 챕터들마다 몇 명의 저자들이 등장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어떤 내용들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기본적인 것들을 잊어버린다. 그러니 이런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홀해지고 결국 잊어버린다. 조직에서의 내 역할이나 팀 구성원에 대한 고민, 비즈니스 전략이나 실행에 대한 내 고민들은 다소 두서없이 진행되다가 그냥 사라져버린다고 할까.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해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읽어보았을 내용이지만, 그래서 소홀하고 잊어버리기 쉬운 기본적인 것들의 가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 10점
피터 드러커 외 지음, 유정식 옮김/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