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여행, 페터 오토 코체비츠

지하련 2021. 1. 30. 08:27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가 메모해둔 시가 있어 옮겨 놓는다. 어디에서 옮겨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노트에는 시만 옮겨져 있다. 



여행 


                           코체비츠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이제 나는 울므에 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리고 코체비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한국어로 된 자료도 영어로 된 자료도 없었다. 


페터 오토 코체비트(Peter O. Chotjewitz,1934 ~ 2010)


독일의 작가이자 변호사이며, 다리오 포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며 콜라주와 몽타주 기법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을 내기도 하였다. 다분히 정치적이었으며 전위적이며 보헤미안 스타일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시인이자 소설가, 번역가였다.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함을 보여주었으나,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아마 전세계적인 명성을 가질 정도의 문학성을 가지지 못했거나 독일적인 배경 안에서 너무 실험적이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위 <<여행>>라는 시도 문장의 형태를 변주하며 '가고 있음'을 형상화하였다. 이는 보는 시이지, 소리 내어 읽는 시가 아니다. 독일어로 된 시는 한글로 번역한 저 모습보다 더 흥미로울 것이다. 


  

Peter O. Chotjewitz 



이 시가 실린 것으로 보이는 책은 아래의 것이다. <<Ulmer Brettspiele>>. 한글로 옮기자면 <<울므사람의 유희>>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이미지 출처: https://www.booklooker.de/B%C3%BCcher/Peter-O-Chotjewitz+ULMER-BRETTSPIELE-GEDICHTE-Mit-farbigen-Originalgraphiken-von-Peer-Wolfram/id/A02jHZ2z01ZZT


울므(Ulm)는 독일 남부의 도시 이름이다. 한 가운데 울므 대성당(Ulm Minster)가 있는 것이 특징적인 중세 도시라고 할까. 중세 때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였으며,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남아있다. 



울므 대성당 Ulm Minster (1377-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