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느 2월의 화요일

지하련 2022. 2. 15. 12:21

 

월요일 출근길, 몸이 무거웠다. 미세먼지로 가득찬 일요일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약 두 시간 정도의 운전, 약 삼심분 정도의 대기 시간 끝에 만난 도너츠 위의 말똥, 기름지고 맛있었으나, 살짝 비린내가 올라왔던 방어회, 소주 반 병, ... 일요일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왜 월요일 아침 피곤한 것일까. 소주 반 병 탓일까, 아니면 날 것들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던 것일까. 

 

월요일 오전 회의 하나를 끝내고 휴가를 내어 바로 집에 들어와 누웠다. 계속 누워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지만, 누워있었다. 그리고 계속 누워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계속 누워있을 수도 없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 가끔 가던 피트니스 센터도 끊은 상태라...) 잠은 오지 않고 딴 생각들의 파도로 인해 유튜브를 보며 뒹굴거렸다. 

 

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는 여러 곳의 학원을 거친 후 어둑해진 저녁에 들어왔다. 십대 초반 남자 아이가 지나간 바닥마다 딱딱한 부스러기들이 사랑스럽게 밟혔다. 무선 진공 청소기로 한 번씩 밀고 지나가지만, 아이의 흔적 남기기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제 코로나도 막바지여서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의 힘이다. 할 수 있을 때만큼 했으니, 이젠 같이 살아가야 한다. 자연은 인간들에게 경고했다.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자연을 지켜라, 동물을 사랑해라라고. 하지만 그 경고가 지켜질까. 

 

나는 러시아 때문이 아니라 중국 때문에 전 세계가 한 차례 이상의 위기에 빠질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들 한족은 아직도 중국 전체를 지배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며, 그들이 이 세계의 중심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이제 세계는 다양성을 긍정하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시대로 들어갔다. 그들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그들이 패권을 잃어버린 19세기 이후로 그들이 중심이었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실은 중국은 다양한 민족들을 서로 싸우고 사랑했던 땅이지, 어느 한 민족이 지배했던 곳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지도자들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애초에 대만은 근대 초까지만 해도 그들의 영토가 아니었다. 그 곳은 자연의 순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원주민의 땅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간도 지방은 한국과 여러 소수민족들의 실질적인 영향권 안에 있었던 땅이었다. 한족의 땅이 아니다. 동북공정은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족의 부질없는 자만심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이는 그들 뿐일까. 

 

나는 박근혜와 세월호를 경험한 우리들이 그나마 조금은 나아졌을 리라 생각했으나, 이번 대선 여론 조사를 보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특히 정의당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으며(애초에 지지자도 아니었지만), 이건 여당도 마찬가지다. 촛불 이후 강력한 힘을 실어주었으나,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못했다가 아니라). 여기에 대해 이낙연 전 총리도 일부분 책임이 있지만, 거기에 대해선 그는 잘 모르는 듯 싶다. 애초에 과감한 개혁을 주도할 사람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잘못된 인사로 인해 이번 정부는 실패했다. 검찰개혁은 너무 늦게 들어갔으며, 신중한 성격의 리더는 너무 많은 부분에 있어서 참모들을 배려했다. 그 결과 이번 정부에서 검찰 조직의 수장을 했던 이가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 더 큰 문제는 이 사람의 행동들 하나하나가 한 나라의 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지율이 너무 높다. 그리고 이 후보와 이단 종교 단체, 유력 언론들, 그리고 그가 속했던 조직들이 잠정 연대를 하는 듯 보이는 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이 선진국이지, 아직도 도려내어야 할 곳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직도 우리 대부분은 과거의 실패들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어쩌면 최근의, 무분별한 유튜브 채널 등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바보가 되는 중은 아닐까. 

 

어느 책을 읽다가 잭 웰치가 GE의 수장이 되었던 나이는 마흔다섯이었음을 알았다. 아! 그런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내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내가 지키고 있는 신념이나 기준, 원칙에 대해 고민하지만, 결국 확신 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하는 건 아닐까. 제대로 된 리더란, 결국 의사결정을 잘 내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아직도 멀었다. 그토록 책을 읽고 고민했건만, 이 나이가 되도록 실패를 밥 먹듯 했으나, 아직도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계속 노력하고, 노력해야 된다. 올해도. 내년에도. 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를 반성하며 내일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