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misc. 0909

지하련 2022. 9. 9. 09:17

 

1.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는 것부터 한국 보수적인 우파 정당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여겼다. 뒤이어 이어진 일들을 보면서 황당해서 저 정당은 앞으로 백년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 문재인과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보수적인 중도 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이재명은 그 정당으로부터 큰 지지를 못 받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희망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3. 이번 대통령을 보면서도 나는 1에서 언급한 내 생각에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정당은 나라의 미래 따윈엔 관심 없고 어떻게 된 정권을 잡아서 한 탕 할 생각만 있다. (그렇다고 딱히 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덜 더럽다. 그리고 그 정당에 몇몇 소수는 아직까진 다행히도 괜찮다.)

 

4. 여론 조사로 드러난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서 이제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인데, 좀 더 믿어주지 벌써부터 손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그들'에게 투표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싶었다. 아무리 한국사회가 '관계주의'로 점철된 곳이긴 하지만, 투표는 짬뽕과 짜장면이 아니다. 투표를 했으면 적어도 1년은 지켜보면서 비판적 지지를 해라. 투표는 식당에서 메뉴 고르기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그런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5. 확실하게 한국에서 언론과 언론 종사자를 믿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딱 두 가지다. 1)날씨 정보, 2)교통 정보. 그 외 정보는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아무 것도 궁금해 하지 말아라. 한국 사회는 딱 당신이 예상하는 대로 흘러갈 테니 말이다.

 

6. 지금 경제 상황도 힘들지만, 앞으로 다가올 어둠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이걸 이야기하는 언론을 보지 못했다(이런 쓰레기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였다면 지금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7. 지그문트 바우만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를 읽으며 이 책을 읽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왜냐면 이 책을 진정 읽을 필요가 있는 이는 절대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 계층을 위한 정책 수립이나 실행은 한때 여당이었고 지금 야당인 곳에서 더 많이 만들고 실행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덜 받는다는 아이러니는 이미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조사되었다. (이 책 좋다. 그러나 불평등에 대한 책 중 나는 단연코 리처드 윌킨스와 케이트 피킷의 <<평등이 답이다The Spirit Level: Why Equality Is Better for Everyone>>이 압도적이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문제들 대부분은 모두 경제적 불평등 탓임을 객관적인 자료들로 논증한다. 심지어 저자들조차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믿을 수 없었으니..)

 

8. 결국 배울 만큼 배우고 의식주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서로 편을 나누고 이 세상을 위해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좀 우리를 위해서 투자하고 쓸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형국이다. 19세기와 20세기를 지나자, 세계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진보적인 근대주의자들이 부정했던 어떤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그러니 다들 조심하시길. 세계는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9. 코로나에 걸렸다. 두통이 심하다. 결국 두통약을 먹고 있다. 기침은 자주 하지 않으나, 한 번 할 때마다 상당히 고통스럽다. 서재에 갇혀 있다. 다행이다. 난 혼자서 잘 노니까. 밀린 공부나 하고 책이나 읽을까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리고 명절 고향 방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10. 짐 모리슨의 사진을 올린다. 저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내가 늙어서 그런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다들 행복한 명절을 보내길. 

 

짐 모리슨 Jim Morr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