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의 일을 냅니다
이현우(지음), 알에치코리아
와인을 좋아한다. 와인바에 자주 갔다. 와인을 마신 지도 벌써 이십년이 넘었구나. 그 때와 비교해 와인이 참 많아졌다. 이젠 일반적이다. 원두를 갈아 드리핑해서 마신 지도 십 수년이 지났다. 이것도 이제 대중화되었다. 일반화되고 대중화된다는 건 한 편으론 반갑고 한 편으로는 싫다. 한 땐 아는 척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아는 척 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을지로에 있는 와인까페 '십분의일' 창업기(?) 비슷한 책이다. 드라마 PD로 있던 직장인이 어떤 계기로 아는 이들과 함께 창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아서, 혹시라도 내가 카페나 와인바 같은 걸 창업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었다. 그냥 읽을 만했고 솔직담백한 게 장점이었다.
다만 '아빠'라고 이야기하면서 '형'이라고 해서 여자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였다. 이건 내 선입관이다. 딸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어울리지만, 아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아버지, 또는 아부지였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가게 창업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뭐랄까, 쉬어가는 독서 같은 걸 하고 싶었고 이 점에서 꽤 성공적인 읽기를 했다. 내가 거의 읽지 않는 종류의 책이다. 이런 류의 에세이는 기통찬 문학성을 담보하지 않거나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읽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꺼내 읽었고 재미있었다.
을지로에 안 간 지도 참 오래 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