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난리블루스

지하련 2022. 10. 20. 10:13

 

IDC 내의 부분적인 화재로 서비스가 이렇게 오래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서버가 다 불탄 것도 아니고 그냥 전원만 내려간 것이니, 다시 전원을 공급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을 텐데,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버가 내려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전원이니, 전원이 들어오면 서비스가 금방 정상화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시스템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이중화라든가, 물리적으로 분리된(위치가 다른) 동일한 시스템으로 백업하기도 하니.  그것을 이것을 DR이라고 한다. 

 

경영의 관점에서 DR는 정말 순수한 비용이다. 비상사태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DR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과 같은 그런 비상 사태가 생겼고 서비스가 금방 복구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DR 시스템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딘가에 백업이 되어 있기는 하나, 체계적이지 않았고 이를 찾아 하나하나 복구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걸린 것이다.  실은 이 정도만에 끝난 것도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블로그가 되지 않던 며칠 동안 나 또한 난리블루스였다. 지금도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 자주 언성을 높였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 결국은 일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나는 확실히 목표 달성을 위해서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태도로 집중하기 원하는 스타일이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이나 위계도 충분히 유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의도치 않은 갈등이 생겨 최근 조심하고 있다. 굳이 갈등을 만들 필요 없고 내가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종종 내 의도와 무관하게 사태가 진행되기도 한다.  

 

결국 일이란 서로 도와가며 진행하는 것이지, 누군가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도 이와 비슷해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물어보고 가야 한다. 결국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전진하는 것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전제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는 사람과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자주 물어보지도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며 단편적인 정보들을 엮어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자, 스트레스가 폭발하고 말았다. 늘상 예상치 못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런 일들을 처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책임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참, 쉽지 않다. 원래 지금쯤이면 다른 업무를 하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몇 달째 어정쩡한 위치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 

 

그래서 회사의 비전이나 가치, 문화가 중요하다. 여기에 대한 대전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우리 문화와 맞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같이 끌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글이 두서가 없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번은 상당히 의외라 더 견디기 어려운 것같다. 

 

집을 나서 도서관을 가는 길에 성당 위 하늘을 찍어보았다. 역시 사진의 사각형은 인위적이다. 저 모습만 보면 어디 유럽같은 느낌이랄까. 유럽에 가지 않은 지도 꽤 오래 되었구나. 조금 더 젊었다면 유럽계 회사로 이직을 고민했을 듯 싶다. 유럽 출장의 잦은 기회를  얻을 요량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