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죽음의 병,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하련 2023. 1. 1. 17:52

 

 

 

죽음의 병 La Maladie de la Mort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지음), 조재룡(옮김), 난다 

 

 

당신이 말한다: 사랑하기 (7쪽)

당신은 여자에게 낱말들을 반복해보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그렇게 한다, 낱말들을 반복한다: 죽음의 병 (27쪽) 

 

 

어쩌면 우리 모두는 죽음의 병에 걸려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병 앞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오늘 밤에서 내일 밤으로 그 병을 유예시키고 있다.  이 짧고 강렬한 소설은 예상 밖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며 무수한 생각과 질문을 던진다. 

 

 

만남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서로의 몸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나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날 밤까지 당신은 두 눈에 보는 것에, 두 손이 만지는 것에, 몸이 만지는 것에 어떻게 무지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당신은 이런 무지를 깨닫는다. 

당신이 말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여자는 잠을 잔다. (26쪽) 

 

 

 마치 죽음처럼 사랑이 오고, 그런 죽음처럼 사랑은 사라진다. 죽음이 잊혀지는 순간은 서로의 살을 맞대고 있는 때가 유일하다. 죽음이 잊혀졌다고 해서 삶이 우리를 감싸는 것도 아니다. 죽음의 반대항은 죽음의 부재, 혹은 망각이지, 삶이 아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그 사랑은 죽음의 병과 함께 온다. 그리고 죽음의 병은 남고 사랑을 사라지거나 잊혀진다. 이 현상학 앞에서 독자는 기묘한 혼란에 빠진다. 

 

책을 덮고 보니, 문득 나도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죽음의 병

 

 

뒤라스

 

짧은 소설이다 보니, 이렇게 소리 내어 읽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뒤라스의 문장이라면, 읽는 이도, 듣는 이도 참 좋을 것이다. 

 

*            *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에 언급된 마르그리뜨 뒤라스를 옮긴다. 우리는 외국 작가의 작품만을 접하고 그/그녀의 세세한 면모를 알긴 어렵다. 다소 흥미로운 뒤라스의 모습이라 여기 기록해둔다. 

 

뒤라스는 알코올의존자였다. 처음 술을 입에 댄 순간부터 그리될 것을 예상했다고 한다. 가끔은 몇 년 동안이나 술을 끊기도 했지만 한창 마실 때는 끝장을 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술로 하루를 시작했고, 아침나절에 마신 두잔을 토하느나라 잠시 쉬고 나면 보르도 와인 8리터를 해치운 뒤 인사불성으로 나가떨어졌다. "나는 알코올의존자였다. 고로 술을 마셨다." 1991년 그녀가 <<뉴욕타임즈>>에 남긴 말이다. "나는 진짜다. 내가 진짜 작가가 맞는 것처럼 나는 진짜 알코올의존자였다. 나는 자려고 레드와인을 마셨다. 밤이 깊으면 코냑을 마셨다. 매시간 와인을 마셨고 아침에는 커피 다음에 코냑을 마신 뒤 글을 썼다. 돌이켜 보면 그런데도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