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조르주 상드의 편지, 조르주 상드

지하련 2023. 2. 11. 13:16

 

 

조르주 상드의 편지 Correspondance

조르주 상드George Sand(지음), 이재희(옮김), 지만직고전선집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 우리를 만나러 오세요. 우리 모두 기뻐할 거예요.
우리는 당신을 존경하는 만큼 또 사랑하기도 하니까요. 

- 이반 투르게네프에게, 1876년 2월 19일 (209쪽) 

 

 

어쩌면 어떤 감미로움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뜬금없고 철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내 존재를 소진시킨 그 기쁨들과, 숨이 막힐 듯이 가쁘게 뛰던 그 심장 박동소리를 어떤 마음의 동요나 회환이 없이 회상해 봅니다. 그것이 행복이었을까요? 무엇보다 황홀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깨어났을 때, 분명 하늘의 소리이기는 했지만 뭔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아들의 침대로 부랴부랴 달려갔을 때, 그것이 행복이었을까요? 아니요, 난 그때 행복하지 않았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한 것은 한순간이었어요. 내 마음 속에서 사랑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을 때, 내 삶에 환희가 찾아들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본의 아니게 고속 속에 빠져들 때면, 마음 속의 슬픈 외로움이 못내 아쉬었어요. (18쪽)

 

하지만 이 책은 이런 감미로움은 일부다. 조르주 상드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바로 쇼팽을 떠올리게 되니, 자유로운 사랑과 연애를 한 여류 작가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이해다. 아마 이 작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 실은 이 서간집을 읽는 내내, 이런 편지를 누군가로부터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좋다. 사랑과 애정, 염려와 배려가 묻어나는 단어들과 표현들이다. 진실한 어조로,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조르주 상드에 대해 끝없는 호감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도 너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모든 이들이 그녀를 좋아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면 이 편지를 쓴 이에게 어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편지만으로도 문학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이 작은 책을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번역된 책에서도 이럴 진대, 원문으로 읽는다면! 

 

 

그대여, 당신의 마음과 정신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빌어요.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위해 지은 신전이에요. 거기에는 보다 아름다운 뭔가가 담겨져 있어요. (51쪽)

 

사랑하세요, 그리고 쓰세요. 그것이 당신의 사명이에요. - 알프레드 드 뮈세에게, 1834년 6월 15일 (54쪽)

 

읽다보면, 당대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나오는 듯하다. 그들과 지속적으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조르주 상드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많은 편지들에서 그녀는 아들과 딸을 이야기하며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곤 한다. 가족들과도 잘 알고 지내며, 진실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저는 사상의 선전 활동에 관련된 모든 일에서 철학의식을 간직하는 건 좀 그렇더라도, 정치 활동에서 정치 의식을 기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원칙에 가장 근접한 정책에 의해 주어진 슬로건을 좇아서 나아갑시다. 보리는 곧 파리에서 돌아오면 그 점에 관해 우리의 생각을 굳혀 줄 겁니다. 루이 나폴레이오, 지라르댕, 티에르와 그 일당에 의해 황제와 부르조아와 군대가 부흥하는 걸 막기 위해서 카베냑을 선출해야 한다면, 기꺼이 카베냑을 지명합시다.(141쪽)

 

정치적 활동에도 무관심하지 않아서 구속된 지인들의 구명활동을 하거나 적극적인 변호, 정치 활동에 대한 지지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작가, 친구, 연인, 어머니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진 조르주 상드를 만나게 된다. 

 

다름이 아니옵고 제 아들애가 결혼합니다. (…) 상호간의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인생을 서약하고 기대하는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운명이 우리를 배반한다 해도 우리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겁니다. 우리는 자만과 거짓과 탐욕 뿐인 청동시대의 엉터리 신들을 섬기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184쪽)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아마 다들 조르주 상드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조르주 상드가 왜 유명하고 문학적으로 연구되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는지, 이 작은 책으로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햇살이 좀 비추나요? 이곳은 꽤 무더워요 그래도 시골은 아름답지요. 이곳엔 언제 올 거예요? -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 1866년 9월 28일 (194쪽)


외젠 들라크루아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 책에도 들라크루아에게 보낸 편지가 나오기도 한다. 들라크루아는 상드의 초상화를 여러 개 그렸는데, 아래의 작품들이다. 1804년에 태어났으니, 아래 작품은 그녀가 서른 무렵이었을 때 모습이다. 바로 밑의 작품은 서른 중반이다. 찾는 김에 위키에 올라와 있는 조르주 상드 초상화를 여러 개 옮긴다.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조르주 상드 초상화Portrait de George Sand, 1834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조르주 상드 초상화Portrait de George Sand, 1838

 

Portrait of George Sand by  Auguste Charpentier , 1838

 

 

Portrait of George Sand by  Thomas Sully , 1826

 

George Sand by  Charles Louis Gratia  ( c.  1835 )